오정삼 삼양동 청소년아지트 센터장, 농경제 79
가히 놀라울 정도다. 주위의 모든 이들이 알아서 기어준다.
혹시 말실수를 해도 알아서 쉴드를 쳐준다.
황홀할 것이다. 밤에 잠을 자면서도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의아할 것 같다.
2023년 4월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총 840명의 매머드급 수사인력을 투입하여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신설했다. 그동안 우리는 대한민국이 ‘마약청정국’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1999년 이후 이미 ‘마약통제필요국가’로 지정되었다. 더욱 큰 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의 마약사범의 60% 이상이 20-30대에 속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비중은 점점 더 높아져 가고 있다. 심지어 마약사범 중 10대 청소년의 숫자도 늘고 있어서 2021년 경남에서 발생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판매책 42명이 모두 10대 청소년이었다. 이는 마약의 접근성이 의외로 쉽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서, 소셜미디어나 메신저를 통해서 쉽게 마약의 구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제의 심각성은 10대 청소년의 경우 자극을 조절하는 전두엽의 발달이 미성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중독에 더 취약할 뿐만 아니라, 호기심으로라도 일단 마약을 경험했을 경우 그 유혹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방송에서도 다뤘던 캘리포니아 켄싱턴의 마약에 중독된 좀비 모양의 영상은 이러한 마약의 사회적 심각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모르핀에 비하여 100배 강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중독자들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마약 중독자의 수는 100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인데 마리화나 등의 연성 마약으로 시작한 마약의 흡입은 궁극적으로는 더 강한 자극의 세기를 요구하는 마약 중독의 입구일 뿐이고, 그 최종 종착역은 만취 상태의 파멸뿐이다.
여기 필자의 눈에는 또 한 명의 위태롭게 나날이 취해가는 권력자가 보인다. 집권 2년 차의 윤석렬 대통령 이야기이다. 애초 국민의 힘 내부에서도 정치 경험 부족을 우려하던 시기에 그는 최대한 조심스러웠다. 당선 초기에 김건희 여사의 비선 논란이 있을 때만 해도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거기 때문에 공식, 비공식 이런 걸 어떻게 나눠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최대한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실수들이 하나둘 터지기 시작하고, 그의 말실수를 최대한 쉴드(앞으로도 필자는 이 글에서 이 최근 유행어를 계속 쓰겠다. 차마 ‘비호’라든가 ‘방패’라든가 하는 제대로 된 단어를 쓰기도 부끄러울 정도이기 때문이다.) 쳐주는 본새를 바라보면서 서서히 그는 황홀한 권력의 맛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욕설 논란이다.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쉴드 쳐주고, 김기현 의원은 ‘무책임한 선동과 속임수로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등의 여당 인사들의 강력한 쉴드를 보면서 그는 서서히 자신이 대한민국의 최고의 권력자라는 것을 깨달아 가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아주 거침이 없다. 심지어 작년 12월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을 두고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에 대해서 비판이 일자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민주노총을 “조선노동당 2중대”라고 쉴드 쳐주기도 한다. 심지어 올해 4.19 혁명 기념식에서 대통령은 “거짓 선동, 날조, 이런 것들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독재와 전체주의 편을 들면서도 겉으로는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행세”를 한다고 민주화 운동 세력을 비판하기까지 했다. 그러자 대통령실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와 관련 없는 세력들이 민주주의자를 참칭 하면서 나라를 어지럽히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그런 사례들을 제시한 것”이라고 쉴드 쳐준다.
그러더니 이젠 대통령이 앞장서서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쉴드 쳐주기까지 한다. 올해 4월 그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100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어떤 일이 절대 불가능하다거나 100년 전 우리 역사 때문에 그들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속마음을 드러낸다. 이에 대해서 국민적 공분이 일자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라는 말에서 주어가 빠졌다고 쉴드를 쳤다가 인터뷰를 진행한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녹취 원문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는 올해 5월 7일 기시다 총리와의 회담을 통해서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을 전제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기시다와 합의를 하여 일본 내부에서도 여전히 찬반이 갈리는 오염수 방류 문제에 면죄부를 줘버렸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국민의 힘은 이를 반대하는 국민들의 우려를 ‘괴담 선동’이라고 낙인찍고 수산시장에 가서 바닷물까지 마시는 퍼포먼스를 보이며 쉴드를 쳐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통령이나 여당 인사들이 오염수를 일본 정부가 사용하는 ‘처리수’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고 있다는 것일 뿐이다.
이쯤 되니까 소위 ‘계급장 떼고’ 보면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이기도 했던 윤석렬에게 연민의 마음이 든다. 그동안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고 모든 생각을 감추고 살아오기 위해서 얼마나 애썼을까. 사실 나의 경우도 60 평생을 살다보니 사람 관계에서 속 터지는 일이 많아서 저녁 퇴근 후 혼술을 한 적이 하루 이틀이 아닌데. 그가 술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과거가 이해가 간다. 워낙 ‘목소리 큰 놈’들이 이기는 세상에서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데 이제 자신이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자임을 새삼 실감하면서 자신 있게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놓는 그의 모습 속에서 서서히 더 강한 권력의 자극에 취해가는 돌이킬 수 없는 무서움을 본다.
마약에 취한 사회보다 더 무시무시한 권력에 취한 대통령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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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삼_ 젊은 시절 노동운동, 사회운동에 투신하였으며 결혼 후 30여 년 간 강북구 주민으로 살고 있다. 사단법인 삼양주민연대 사무국장으로 주민 참여와 자치를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확장하고 주민 권익과 협동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에 매진하였으며, 현재는 삼양동 청소년아지트 센터장으로 ‘더불어 현재를 즐기고 미래를 여는 청소년’의 비전을 바탕으로 주체, 참여, 성장, 존중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baroaca@gmail.com)
Last modified: 2023-11-17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