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3:16 오후 133호(2023.07)

[청년, 미래를 꿈꾸다]
아파트와 공동체활동

김수현 청년협동조합 밥꿈 대표, 농경제사회학부 08

오늘은 사는 곳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려 합니다.

#장면 1. 저는 현재 세종시에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퇴근하고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같이 기다리던 남자분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저 혹시 10층 사시죠?” “네 맞는데요?” 그분은 11층에 사는데 요즘 아이가 많이 뛰어다니는 것 같은데 너무 시끄럽진 않냐고 물으셨습니다. 방음이 잘 되게 집이 지어졌는지, 11층 주민분의 걱정만큼 아이가 많이 뛰지는 않아서인지 평소에 시끄럽고 층간소음이 있다고 전혀 느끼지 못했기에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더 뛰어도 괜찮다고요. 아랫집의 얼굴을 기억하고 먼저 물어봐주고 거기에 저는 괜찮다고 말할 수 있어서 별 일 아니지만 기분이 좋았습니다.

#장면 2. 어느 날 농촌의 면 지역에서 주택에 사시는 분이 물었습니다. “근데 아파트 살면 심심하지 않아요?” 시골 주택에서는 관리할 것도 많고 텃밭도 챙겨야 하고 마을에서 마을 분들과의 일도 많은데 아파트에서는 집 안에 있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지 않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사실 아파트에 사는 입장에서는 반대로 시골 주택에 살면 밤에 갈 수 있는 술집도, 카페도 없고 어두워서 산책하기도 어려워서 심심할 거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사는 곳에 따라 생활양식이 정말 다르겠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도시생활, 아파트생활은 대부분 소비와 연결될 것입니다. 5분 거리에 있는 24시간 편의점, 늘 사람들로 가득한 술집, 배달 어플에 차고 넘치는 음식점들 등. 종종 이게 정말 좋은 건가 싶지만 그 편리함에 당연하게 익숙해져 버린 것 같습니다.

#장면 3. 물론 도시와 아파트에 소비시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공의 문화, 체육 인프라도 갖추고 있고 아파트 단위에서 공동체활동도 일어납니다. 특히 제가 사는 아파트는 2019년 여성가족부의 주민주도형 돌봄공동체 최우수상, 2021년 국토교통부 공동주택 최우수관리단지 선정 등 활발한 활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파트단지 예산과 세종시 마을돌봄 사업 예산으로 동아리실과 마을부엌을 만들고 마을돌봄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로회에서는 아파트 내에 작은 텃밭을 운영하고 가끔씩 아파트 방송에서는 텃밭에서 수확한 오이가 조금 남았으니 선착순으로 나눠주겠다는 안내가 나옵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는 이런 활동을 홍보하고 예산 사용 내역을 공개하는 등의 다양한 공지사항이 가득 차 있습니다.

아파트 내 설치된 방과후교실과 공동부엌
아파트 텃밭봉사단

#생각 1. 내가 사는 곳에서 소비가 아닌 방식으로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활동에 참여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봅니다. 농촌에서 일을 하다 보면 면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분들은 소방대, 방범대,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 여러 단체에 소속되어 활동하시곤 합니다. 지역에 젊은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이 내가 사는 곳에서 내가 주인으로 참여한다는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계신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도시에서도 아파트에서도 이런 관계와 활동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가볍게는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에서부터 커뮤니티 모임, 제도적인 주민자치회 참여 등의 활동을 더 고민해 봐야겠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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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_ 농경제사회학부 08학번. 청년협동조합 밥꿈 대표. 뭘 하면 좋을까 새로운 꿍꿍이에 골몰하며 내성적인 주제에 계속 사람들을 모으고 커뮤니티, 공동체를 꿈꿉니다. 청년, 사회적 경제, 지역, 마을자치 오만가지 관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soohyun8288@gmail.com)

Last modified: 2023-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