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3:10 오후 133호(2023.07)

[나 이렇게 산다]
방송 촬영 뒷이야기

박애란 전 평택여고 교사, 후원회원

2017년 MBN 토크 프로그램 ‘황금알’에 출연하고자 방송국에 갔을 때였다. 분장실에서 방송용 분장을 해주겠다는 분장사에게 ‘저는 됐어요’라고 말하고 받지 않았다.

분장실에 가보니 탤런트 김영옥 씨가 거울 앞에 앉아서 분장하고 있었다.

그 당시 81세였던 그녀는 나를 보자 방긋 웃으며 명랑하게 말씀하셨다.

“응! 낭랑 18세네!”

아마도 내가 나이보다 꽤 젊어 보였나 보다. 그녀는 방송 중 “언니”라고 호칭하는 내게 말씀하셨다.

“언니는 무슨 언니야! 엄마야!”

나이 차가 14세면 엄마일까? 언니일까?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은 일반인들보다 외모가 엄청 뛰어나다.

P 여고에 근무할 때였다. 제자 하나가 탤런트의 뜻을 두고 연기 수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단역으로 드라마에 출연한 그녀를 보니 평범해 보였다. 학교에서는 뛰어난 외모였지만 그 업계에서는 전혀 튀지 않는 외모였다.

가까이에서 뵈니 김영옥 씨도 피부가 엄청 곱고 젊어 보였다. 그 연세에도 주름살 하나 없이 고운 모습의 그녀는 매우 활기차고 명랑해서 분위기를 밝게 살려주는 데 한몫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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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정년은 없다.”

이날의 주제였다.

전국에서 9명의 고수가 모였다.

‘밑줄 쫙 긋고’의 서한샘 국어 선생님, 숭실사이버대학교 상담복지학과 이호선 교수와 탤런트 김영옥 씨, 일기 예보관 서일청 씨, 교사 출신 박애란 등이었다.

이날의 토크쇼는 대본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여러 패널들이 9명의 고수에게 궁금한 걸 물어보면 대답해 주는 구조였다. 방송촬영은 저녁 4시 30분부터 시작해서 밤 9시 30까지 이어졌다. 다른 사람들은 중간중간 김밥을 먹으며 촬영했는데 배가 고프지 않았던 나는 그것도 사양했다.

평소에 기쁜 일이 있거나 슬픈 일이 있으면 밥부터 못 먹었다. 심지어는 반가운 사람을 만나도 밥을 못 먹었는데 방송촬영도 너무 재밌으니 식욕을 뺏겼다. 배가 전혀 고프지 않았다.

아마도 나는 방송체질인 듯싶다. 일단 방송이 시작되면 너무 신이 나서 배도 고프지 않고 피곤하지도 않았다. 젊은 PD와 작가들이 내 체력에 혀를 내두르곤 했다.

​2021년 나왔던 ‘공주 선생님은 패션 디자이너’를 촬영했던 MBN ‘은발의 청춘’ 담당 PD도 놀라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71세인 내 나이를 생각하고 “힘드실 테니 쉬었다 하실까요?” 몇 번 내 의사를 물었다.

그럴 때마다 대답했다.

“아니요 전혀 힘들지 않아요! 너무 재밌어요!”

이틀에 걸쳐서 해야 되는 촬영을 하루에 다 끝냈다.

압구정에서 탱고 추는 거를 촬영했고 선릉에서 모델워킹 수업하는 걸 찍었다. 그 후 집으로 와서 잠깐 패션 쇼를 했고 블라우스 리폼하는 걸 촬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치지 않고 신나 하는 내게 담당 PD는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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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Mbn ‘인생에 정년은 없다’에 출연했을 때였다.​

거침없이 토크쇼를 즐기고 있는 내게 옆에 있던 이호선 교수가 한마디 했다. “앞으로 방송에서 뜨시겠어요!”

“하루를 살아도 재미있게!”

내 인생 모토인데 방송촬영은 책 읽는 것, 옷을 예쁘게 입는 것, 가르치는 것을 뛰어넘는 엄청난 재미였다.

내 묘비명은

“재밌게 살다 여기에 잠들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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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애란 _ 선생은 서둔 야학 시절 야학생과 교사로서 맺은 인연을 누구보다도 소중히 여기며 본회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평택에서 어릴 적 꿈이었던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다 은퇴하였다. 2019년 서둔 야학 이야기를 엮은 책 『사랑 하나 그리움 둘』을 출간하였고 유튜브 ‘낭만 퐁당 박애란 TV’ 채널에 서둔 야학 이야기를 연속 제작해서 올리고 있다.

Last modified: 2023-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