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민 변호사, 조경 04
이번호부터 새로 연재되는 ‘생활과 법’은 전자상거래 기업에서 6년간 근무 후, 2021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종민(조경학과 04) 회원이 변호사 업무를 하며 느꼈던 점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페이지로 마련되었습니다. <편집자 주>
1. 사실 관계
지역의 소규모 업체를 운영하는 의뢰인이 지난달에 저를 찾아왔습니다. 의뢰인은 3명 정도의 근로자를 채용하여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중의 한 근로자와 잦은 다툼이 있었습니다. 해당 근로자는 의뢰인의 업무 지시를 무시하였고 업무 지시와 반대 방향으로 독자적인 업무를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의뢰인은 해당 근로자와 더 이상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해당 근로자에게 통보한 후 그다음날 그를 해고하였습니다. 해당 근로자는 의뢰인을 노동청에 진정하여 신고하였습니다.
2. 부당해고인지 여부
의뢰인의 이야기를 듣고 가장 먼저 든 염려는 부당 해고가 아닌가 하는 걱정이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제27조는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뢰인께는 다행으로, 4인 이하의 작업장에는 위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및 제27조가 적용되지 않습니다(근로기준법 제11조 제2항, 동 시행령 7조). 따라서 설령 의뢰인이 해당 근로자를 해고한 사유가 다소 명확하지 않았다거나 징계 절차를 따르지 않고 급하게 해고하였다고 하더라도 해당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사용자인 의뢰인에 대한 처벌을 요구할 수 없었습니다.
3.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았는지 여부
그러나 4인 이하의 사업장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근로계약서를 교부해야 합니다. 근로계약서를 교부할 것을 명시한 근로기준법 제17조 제2항은 4인 이하의 사업장에도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의뢰인께서는 근로계약서를 2부 서명한 후 1부를 해당 근로자에게 이를 교부하여 주었지만, 교부하였다는 것을 증명할 기록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판례는 비록 하급심 판례이지만 이와 유사한 경우에 <근로계약서에는 위 근로자들의 자필로 서명 및 사인이 되어 있는 점, E, F, G, B, H(근로자들)는 이 법정에서 “피고인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은 있으나 1부만 작성하였고 피고인으로부터 근로계약서를 교부받지 못하였다.”고 각 진술하였으나, 피고인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도 교부해주지 않을 이유가 달리 없어 보인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19. 4. 10. 선고 2018노8090 판결). 즉, 근로계약서에 서명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하여 해당 근로계약서가 근로자에게 교부되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비록 다툼의 여지는 있지만 의뢰인의 경우에도 근로계약서가 교부된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었습니다.
4. 사건의 결과
노동청 진정 조사 끝에 본 사안에 관하여는 의뢰인에게 아무런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행정 종결의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뢰인은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며 많은 노고를 겪으셨어야 했습니다.
4인 이하의 사업장이라고 하더라도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전면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4인 이하의 사업장에서 근로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소규모 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적용될 수 있는 정당한 근로기준법상의 권리가 있다는 점을 알고 이를 적극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4인 이하의 사업장을 운영하시는 동문께서는 4인 이하의 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적용되는 근로기준법의 조항들을 확인하여 이를 준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만약 사용자인 동문께서 근로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상 의무를 지키기 위하여 ‘교부 사실’을 증명해놓고 싶으시다면, 근로자의 동의 아래 서면 교부와 동시에 이메일로 근로계약서를 교부해 놓거나, 전자서명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양 당사자 간의 서면 교부 사실을 확실히 근거로 남겨 놓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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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민_ 농대 조경학과 04학번으로 전자상거래 기업에서 6년간 근무 후, 2021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본 칼럼에 기재된 사례는 법령과 판례를 설명하기 위한 목적의 가상의 사례임을 밝혀드립니다.(jongmin04@gmail.com)
Last modified: 2023-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