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양 사단법인 농업조사전문가협회장, 농학 86
이번에는 23년 봄에 있었던 일들을 사진을 보면서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려 합니다.
1. 3.1절 휴전선 넘어 비단길 내기 행사 참가
고흥에서 시작한 “통일기금모으기국민운동”이라는 단체의 아는 분으로부터 3월 1일에 “휴전선 넘어 비단길 내기”라는 행사가 있는데, 같이 갈 의향이 있냐는 물음에 흔쾌히 대답하고 사람을 모아보니 저와 아내를 포함하여 8명이나 되었습니다. 전날 물, 사탕, 초코파이 등을 준비하여 두고 고흥에서 6시에 4명이 출발하여 순천에서 4분을 더 태우고 임진각까지 다녀왔습니다. 행사의 내용은 잘 모르겠고 난생처음 임진각에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 있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2. 아내의 새로운 일
작년 2022년 7월에 문경에 있는 오미나라에 취직을 하였다가 그만두고 실업수당을 받던 중에 고흥군 노인회의 노인일자리관리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운전이 서툰 아내를 도와서 처음에는 하루에 42곳의 마을회관 또는 노인회관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렇게 한 달간 돌아봐야 하는 곳이 134곳이나 됩니다.
1월부터 출근하여 준비를 한 후에 2월부터 돌아다닐 때에는 너무너무 힘이 들었는데, 3월에는 요령이 생겼고, 이제 4월에는 많이 여유가 생겼습니다. 나중에 돌아다니는 마을의 비경을 찍어서 다시 한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고흥에는 고흥읍과 도양읍을 포함하여 총 16개 읍면이 있는데, 아내는 팔영산이 있는 점암면, 여수와 다리로 이어진 영남면, 이순신장군의 수군 초임지 발포가 있는 도화면, 내나로도 동일면, 외나로도이면서 우주발사기지가 있는 봉래면을 담당합니다. 아내가 빨리 일을 할 수 있도록 제가 지도와 동선을 짜놓은 표를 면별로 작성하여서 가지고 다닌답니다.


3. 대불련 86모임
2019년 봄, 전북 고창 선운사에서 처음으로 참석한 전국대불련동문회에서 알게 된 86학번들과 2019년 11월경에 고흥에서 간단하게 번개모임을 했습니다. 그때 2020년 3월에 경주에서 정식으로 모이기로 하고 ‘수오재’라는 펜션에 선금 20만 원까지 송금을 하였으나 20년 2월에 대구에서 대규모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고민하다가 미루었던 모임을 올해 3월 4일과 5일에 그곳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특별히 제주에서 오는 친구 셋을 대구공항에서 픽업하여 경주로 데리고 가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였습니다. 부지불식간에 맺어진 인연으로 참 재미있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4.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
갑자기 고흥군 장학기금으로 올해에 200만 원을 기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다달이 받는 급여로는 조금 여유가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하여 마련하기로 작정하였습니다. 인력사무소에 나갔더니 “건설업 기초안전보건 교육”을 이수하여야 건설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는 소리에 시간을 내어 순천으로 교육을 받으러 갔습니다. 4시간의 교육비로 6만 원을 납부하여야 한다고 들었는데, 막상 교육장에 도착하여 납부하려 하니, 저는 취약계층이라서 면제를 해준답니다. 18인가 20세 미만과 55세 이상은 면제랍니다. 6만 원을 번 격이었습니다.
첫 아르바이트로 고흥만 태양광 판넬 설치작업에 갔습니다. 육상에서 조립한 판넬을 수면에서 계속 이어 붙이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작업명은 ‘계류’로 분류된답니다. 일이 끝나고 인력사무소에 갔더니 일당이 16만 원인데, 수수료를 떼고 142,380원을 지급해 주었습니다.다른 세분과 함께 갔는데, 다들 너무 힘들다고 하니까 일당을 17만 원으로 올려준다고 하였습니다. 다음날은 비가 예정되어서 다다음날 나오라고 하여 나갔으나 그날도 아침부터 비가 와서 작업이 취소되어서 집으로 돌아가서 쉬었습니다. 그 후 하루 더 일하고 지금까지는 놀고 있습니다.


5. 옥수수 파종
느닷없이 조금이라도 직접 식물을 가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만만하게 생각난 것이 옥수수였습니다. 바로 같은 과 동기 박기진 연구관에게 전화를 하였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미백2호 1kg짜리 반봉지를 받아서 이 사람 저 사람과 나누다 보니 부족하여 한 봉지를 더 받아서 여러분께 나누어 드렸습니다. 포트에도 파종하고 땅에도 직접 파종하였습니다.
6. 통영·거제 여행
올해 3월 21일로 아내와 결혼한 지 30년이 되었습니다. 이것을 기념하고 싶어서 아이들과 형님과 형수님을 모시고 3월 25일과 26일에 강원도 지역을 여행하려 하였는데, 형님께서 통영과 거제에 가보고 싶다고 하셔서 전격 계획을 바꾸어 거제 외도에 다녀오고, 매미성이라는 곳도 다녀오고, 통영의 다찌를 먹고 펜션에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매미성은 2003년 태풍 매미로 피해를 받아서 망가진 곳을 다시는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하여 어떤 분께서 손수 조성한 것인데, 불법 건축물이라는 이유로 벌금을 내고 거제시에 빼앗겼다나 뭐라나?

7, 천등산 진달래꽃
고흥군 풍양면과 포두면 사이에 있는 천등산에는 금탑사가 있고 금탑사는 비자나무가 유명합니다. 또한 천등산 정상 직전의 너른 곳에는 철쭉동산이 있어서 어머님 생전에는 늦은 봄에 철쭉을 구경하러 올라가곤 하였습니다.
4월 말이면 철쭉이 만개한다고 알고 있는데, 3월 말에 철쭉이 피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벚꽃의 개화가 2주 빨라졌다고 난리이기는 하였으나 철쭉이 한 달이나 빨리 폈다고 하니 믿을 수가 없어서 그냥 무시하려다가 그 얘기를 하신 분과 함께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혹시 몰라서 검색을 하였더니 지금 피어 있다면 진달래일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철쭉처럼 군락을 이루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산에 올라보니 진달래가 제법 군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아름답기도 하였습니다. 이번에도 배웠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철쭉이 필 때는 아직 멀어서 4월말 에나 필 듯합니다.

8. 고흥만 벚꽃
5년 전부터 고흥사람책 모임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매월 마지막 금요일 저녁에 모임을 하는데, 고흥만 몰랑(‘산마루’의 전남 방언)에서의 벚꽃 경치가 좋다고 하여 “몰랑”이라는 카페에서 저녁으로 돈가스를 먹으면서 모임을 하였습니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아내가 함께 하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아내도 시간이 되면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주에는 힐링농업에 대하여 (전)고흥군농업기술센터 소장께서 발표를 하여 많은 논의를 하였습니다.

9. 월파 서민호 선생님의 발자취를 찾아서
고흥군 동강면에 ‘서민호 길’이 있는데, 처음에는 사람의 이름을 딴 길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였고, 사람의 이름을 딴 길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서민호’가 어떤 사람인지를 몰랐습니다. 국사학과에 진학한 아들로부터 조선대학교를 설립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고흥의 갑부 정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다가 조금 더 안 것이 고흥에서 국회의원을 하였다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고흥의 역사를 연구하시는 분께서 답사가 있으니 함께 하자는 연락을 받고서는 제가 많이 무식했음이 부끄러웠습니다. 해서 열 일 제쳐두고 답사에 함께 하였습니다. 더불어 동강면 역사문화원도 살펴보고 가까이에 있는 보성군 벌교읍의 태백산맥문학공원에도 가보았습니다. 그곳에서는 박기동 작사, 채동선 작곡의 ‘부용산’이라는 노래를 듣기도 하였습니다.
가. 월파 서민호 선생님 관련 죽산재 답사
고흥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동강면은 보성군 벌교읍과 맞닿아 있습니다. 서울 등 외지에 다녀오면 동강면에 도착하면 이제 고흥에 다 왔다는 생각이 드는 반가운 곳입니다. 그동안 그것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였는데, 죽산재에서 월파 서민호 선생님의 일대기를 듣고 답사를 한 후에는 가슴 뭉클한 어떤 감정이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차분히 더 많이 돌아보고자 합니다.
나. 동강역사문화원 방문
면단위에 이런 역사문화원이 있는 곳이 우리나라에 몇 곳이나 있을까요? 이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분을 뵈었습니다.(직접 뵌 것은 아니랍니다) 박노해 시인이십니다. 답사를 함께하시는 몇 분은 초등학교 동기로서 옛이야기를 전해주셨습니다. 박노해 시인의 본명은 박기평이고 출생지가 전남 함평으로 되어있으나 아마도 아버지의 고향이 함평이고 박노해 시인은 아버지께서 고흥으로 오신 후에 출생하였을 것이라는 얘기도 하셨습니다.
다. 태백산맥문학공원 방문
조정래 작가의 문학관은 여기 보성의 벌교와 김제와 고흥 세 곳에 있습니다. 벌교에 있는 문학관과 다른 곳에 태백산맥문학공원이 따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벌교의 문학관에는 5번도 넘게 가 보았지만 이곳 태백산맥문학공원은 처음으로 와 보았습니다.
현장에서 들은 ‘부용산’도 좋았고, 조정래 작가 조형물을 음각으로 조각하여 어떤 위치에서 봐도 작가님이 우리를 바라보시는 것을 경험한 것도 좋았습니다.
11. 전통혼례 마을 축제
고흥마을대학과 홍연마을이 2022년 11월 19일에 홍연마을에서 전통혼례를 재현하면서 마을축제를 하였습니다. 그때 저는 전북 정읍에서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행사가 있어서 참석을 못하여 몹시 아쉬웠습니다. 다행히 올해에는 지난 4월 8일에 포두면 신촌마을에서 하는 행사에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전날 행사장에 가서 텐트를 치려 하였으나 바람이 많이 불어서 포기하고 당일 10시에 행사이므로 8시에 치기로 하였습니다. 날이 갑작스레 추워져서 얼음이 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다들 열심히 준비해서 10시 이전에 모든 준비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신촌마을에서 지원하신 두 분이 리마인드 웨딩으로 여기고 전통혼례를 진행하여 마을잔치처럼 치렀습니다. 저는 다음날 있을 김상진 열사 추모식에 참석하여야 해서 점심까지만 먹고 나오는 것이 못내 아쉽기는 하였습니다.
12. 김상진열사 추모식
김상진열사 추모식만 참석하기 위해서 고흥에서 350km가 넘는 길을 다녀오는 것은 약간 비경제적인 느낌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내도 그닥 내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건수를 만듭니다. 작년에는 전북 군산에 가서 처남이 하는 술집에서 저녁을 먹고 형님댁에서 자고 아침에 이천으로 갔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충북 옥천군 청산면에 있는 누나네 집으로 갔습니다. 청산 생선국수 축제에서 저녁을 먹고 군산의 형네 집에서 자기로 하였습니다.
예전에는 형, 형수, 매형과 함께 넷이서 치는 고스톱이 아주 즐거웠는데, 이제는 형, 형수와 저만 칩니다. 매형이 작년 4월에 폐암을 진단받아 치료 중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작년 폐암 진단 후 몇 번 다녀가기는 하였으나 잠을 자고 오지는 않았습니다. 서로 불편하여 그날도 당연히 군산으로 가려고 하였는데, 누나가 이제는 괜찮다고 해서 옥천에서 잤습니다. 매우 힘든 1년이 지나고 누나도 많이 적응을 한 것 같습니다. 다른 가족들도 적응이 되어서 조금은 조용히 술도 마시고 고스톱도 즐겼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을 여섯 시에 먹고 잽싸게 출발하였습니다. 목욕을 하루도 거르지 않으려는 아내를 위하여 목욕탕에 갔습니다. 이천으로 가는 동선 내에서 가장 좋고, 가장 가까운 목욕탕을 검색하였더니 진천스카이사우나가 있었습니다. 8시에 들어가서 10시까지 나오기로 약속하였으나 역시나 10분 늦게 나왔습니다. 저는 9시에 나와서 진천터미널 등을 배회하며 돌아다녔습니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손을 보태려 하였으나 간신히 시간 내에 도착하니 안효진 선배님께서 제일 먼저 맞아주셨습니다. 정철훈 선배님은 제 아내가 인증샷을 남기겠다는 찰나에 뒤쪽에 살짝 등장해 주셨습니다.
50주년을 대비하여 적금을 들기로 하였는데, 아직까지 못했네요. 2025년 4월 11일에 쓸 수 있도록 꼭 200만원 짜리 적금을 들도록 하겠습니다. 올해도 슬픈 날이지만 즐겁고 보람차게 보냈습니다.


.
.
이정양_ 두 차례의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지난해 와포햇살영농조합법인에서 연구부장으로 근무하였고 중학교 텃밭교육 및 귀농인과 청년농업인 컨설팅을 했다. 종자기술사, 농화학기술사, 시설원예기술사 자격증과 천문지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사단법인 농업조사전문가협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ljycby@daum.net)
Last modified: 2023-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