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청년협동조합 밥꿈 대표, 농경제사회학부 08
결혼을 하고 나서 가장 좋은 것 중 하나는 퇴근 후 저녁과 주말에 늘 함께 밥을 먹을 사람이 있다는 것이지 싶습니다. 혼밥, 혼술이라는 단어가 널리 사용되고 일상적인 문화로까지 자리잡은 것 같지만 밥은 원래 함께 먹는 것인데 여러 이유로 혼자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혼밥’이라는 없던 말이 생겨난 것이겠지요. 좋아하는 음식을 눈치 보지 않고 원하는 속도로 먹을 수 있다며 혼밥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지만, 대부분의 경우 혼밥은 선호에 의한 선택보다는 생활환경에 의해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통계에 의하면 1인가구 비율이 꾸준히 늘어서 2021년 기준으로는 946만여 가구로 전체 가구의 40.3%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혼자 끼니를 때우는 혼밥족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보입니다.
가끔씩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혼자 원하는 음식을 먹는 것은 나름 여유를 즐기고 운치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거의 매일을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썩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최근 연구들은 혼밥이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에 안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발표에 따르면 하루 두끼 식사를 혼자 하는 혼밥족의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가족, 친구 등과 함께 식사하는 사람에 비해 1.3배 높았다고 합니다. 한국 노인노쇠코호트 연구에서는 체중이 감소할 위험이 혼밥 그룹에서 3배 가량 증가하는 등 우울감과 영양결핍으로 노쇠를 가속화한다고 합니다. ‘혼밥이 아동·청소년의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에서는 빈곤가구가 아니어도 혼자 밥먹는 경우가 많은 아동의 경우 낮은 행복감을 보인다는 결과를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연구결과를 몰라도 경험적, 직관적으로 혼밥보다는 함께 먹는 한 끼의 소중함을 우리는 알고 있을 것입니다. 사회적 고립, 외로움, 고독사, 우울증 같은 것들이 어느새 아주 큰 뉴스거리가 되지 않을 만큼 많아진 것 같습니다. 도시에서 1인가구, 청년으로 지낼 때 청년들을 위한 공유부엌, 공유거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조리를 하기 어려운 원룸 생활자들이 함께 식사를 나누며 관계를 형성하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지금은 여러 지역에서 마을부엌, 소셜다이닝 등의 이름으로 이러한 사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먹거리와 관련하여 청년 1인가구보다 어쩌면 더 취약한 계층이 농촌에 사는 1인가구 어르신들일 것입니다. 경제적 풍족함을 떠나 혼자 하실 식사를 위해 영양있게 챙기지 못하고 물에 김치에 한 끼를 때우고 마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복지정책으로 반찬배달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혜택을 받는 분은 한정되어 있고 혼자 챙겨 먹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마을들에서 자체적으로 공동급식을 진행하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옥천군 농촌 신활력플러스사업에서도 면 단위마다 공동체 식당을 만들어서 함께 따뜻한 식사 한 끼를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밥 한 끼는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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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_ 농경제사회학부 08학번. 청년협동조합 밥꿈 대표. 뭘 하면 좋을까 새로운 꿍꿍이에 골몰하며 내성적인 주제에 계속 사람들을 모으고 커뮤니티, 공동체를 꿈꿉니다. 청년, 사회적 경제, 지역, 마을자치 오만가지 관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Last modified: 2023-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