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11:41 오전 132호(2023.04)

기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   

이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농림축산식품 전문위원, 농생물 91

지난 3월 23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하였고, 4월 4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자 여론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로 떠올랐다.

농업 이슈가 이처럼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둘러싼 논란 이후 오랜만의 일인 듯하다. 이같은 국민적 관심이 농정의 제도적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라며 국회에서 관련 내용을 담당해 온 한 사람으로서 주요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

1. 개정안의 취지와 배경

쌀은 우리 민족의 주식이며, 전체 농업생산액 中 쌀 생산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16.9%, 전체 농가 中 쌀 생산 농가의 비중이 51.6% 나 되는 우리 농업의 핵심 품목이다.

그런데 유례없이 쌀값이 폭락하였다. 지난해 9월 25일 산지쌀값은 161,572원(80kg)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9%나 폭락한 것이다. 이로 인한 피해액만 1조 5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농민들이 논을 갈아엎는 등 분노가 극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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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쌀값 대폭락의 이유는 무엇일까?

쌀값 폭락의 주요 원인은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 폐지와 자동시장격리 미시행 때문이었다.

즉, 쌀 소비 감소로 쌀은 구조적 과잉이라는 지적이 계속되어 왔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논에 쌀 대신 밀·콩·사료작물 등을 심으면 보조금을 지원하는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을 시행하였다. 그런데 2020년 기재부의 반대로 이 사업은 폐지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쌀재배면적이 늘게 되었고 생산이 증가했다.

또한 정부는 2020년 공익형직불제 도입 당시 쌀목표가격제를 폐지하는 대신 과잉생산으로 가격하락 우려 시 남는 쌀 매입으로 가격안정을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2021년 쌀 초과 생산 시 제때 시행하지 않았다. 당시에도 물가안정 운운하는 기재부의 반대 때문이었는데, 법상 임의조항임을 악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바로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 폐지로 쌀재배면적과 생산이 증가하였고, 정부의 약속 위반으로 제때 시장에서 격리하지 않아 유례없는 폭락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2. 개정안의 개정과정과 주요 내용

이같은 정책실패에 따른 쌀값 폭락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양곡관리법 개정이 추진되었다.

대선이 진행 중이던 2021년 12월 두 건이 발의된 것을 시작으로 총 7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을 발의하였고, 대선과 지방선거 이후인 8월부터 국회 토론회 등을 수차례 거쳤고 9월 15일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를 통과하였다. 그 이후 국민의힘 측의 반대로 상임위 안건조정소위원회에 회부되었다가 10월 19일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하였다. 이후 60일이 넘도록 여당이 위원장인 법사위에서 심사도 하지 않은 채 계류하자 국회법에 따라 농해수위 3/5 이상의 표결로 본회의에 직회부되기에 이르렀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쌀의 구조적 공급과잉 문제 해소, 식량자급율 제고를 위해 벼 이외 작물의 재배면적을 연도별로 관리하고 관련 지원책을 수립하는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을 도입하는 것이다. (16조의3)

둘째, 쌀 초과생산량이 3~5% 이상 되어 쌀값 하락이 예상되는 경우 또는 쌀값이 평년가격보다 5~8% 이상 하락한 경우 초과생산량의 매입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16조)

< 양곡관리법 개정안 >(16) (시장격리의무) 쌀 초과생산량이 3~5% 이상 中 농식품부령이 정하는 기준 이상이 되어 쌀값 급락이 예상되는 경우 또는 쌀가격이 평년가격보다 5~8% 이상 하락 中 농식품부령이 정하는 기준 이상 하락한 경우 초과생산량 매입 의무화(16조의3) (미곡의 수급안정 및 타작물재배지원) 미곡의 구조적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고 식량자급율을 제고하기 위해 벼 및 벼 이외 작물의 재배면적을 연도별로 관리하고 관련 시책 수립 추진 등

3. 개정안은 남는 쌀 강제매수법인가?

지난 4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 과정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남는 쌀 강제매수법’이라 칭한 이후 정부 여당은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몇 가지 논란에 답하고자 한다.

1) 양곡관리법은 ‘남는 쌀 강제매수법’이다?

지난 3월 23일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은 시장격리 요건이 충족할 때만 정부가 매입하는 것이고, 벼재배면적 증가시 정부가 매입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도 추가 되었다. 정부가 남은 쌀을 다 사주는 강제매수법이 명백히 아니다.

(법 16조5항) 시장격리요건이 충족하더라도 재배면적이 증가한 경우 초과생산량을 매입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양곡관리법은 과잉생산방지법(先생산조정)이자 쌀값폭락방지법(後매입의무)이다. 즉, 사전에 생산조정(타작물재배지원)으로 쌀 생산량을 미리 조정하는 과잉생산방지법이자, 기상여건 등으로 일시적 과잉 시 매입의무화로 쌀값 폭락을 대비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사전에 과잉 생산을 차단하고 쌀값을 정상화시키며 식량자급을 확대하기 위한 법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선제적인 쌀 생산조정제의 비용절감 효과는 이명박 정부와 문재인 정부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와 문재인 정부 당시 각각 3년씩 생산조정제를 시행했을 때 시장격리에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쌀값을 적정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한시적 제도였기에 이를 상시적 제도화할 경우 제도 효과가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다.

2) 남는 쌀을 왜 매입해야 하나?

농산물은 자연의 영향을 받으므로 불가피하게 과잉생산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럴 경우 가격하락으로 이어져 농가경영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생산자체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시장격리 등으로 수급조절을 하고 가격안정을 추진하는 것이다.

논에 타작물을 재배하는 정책을 지속하더라도 기상여건에 따라 일시적으로 과잉되어 쌀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매입하게 될 수 있다. 당연히 정부 매입에 따라 상당한 예산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식량안보 위협에 따라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보험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이 OECD최하위 수준(18.5%, ’21)이나 쌀만은 90% 수준 자급하여 혼란 방지가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4. 끝으로

그렇다면 양곡관리법 개정안만 시행되면 쌀과 식량 문제가 해결되는가? 물론 그렇지 않다.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정부의 약속위반에 따른 농민들의 거센 요구를 수용한 출발점에 놓인 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주요 선진국에서는 정부 매입을 통한 수급조절과 가격안정보다는 가격변동대응직불제와 같은 가격지지 정책과 다양한 소득보장정책을 도입하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2020년 농민들에게 자동시장격리를 약속했다가 1년 만에 파기해 쌀값 폭락 사태를 야기하고도 아무런 사과와 보상도 없었듯이 주요 선진국의 가격손실보상제도나 소득보장제도 도입에 대해 부정적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민들처럼 가격변동 위험과 경영위험에 무방비로 처해있는 나라도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양곡관리법 논란이 여야 정쟁과 한판의 싸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쌀과 주요 곡물의 자급확대, 농가의 경영안정 등을 고려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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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중_ 농대 동아리 밀알공동체에서 활동했으며 농대 학생회장(1994년)을 역임했다. 학부 졸업 후 전국농민회총연맹에서 3년간 정책부장으로 일하였고, 2004년 민주노동당 원내 입성 후 강기갑 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다. 이후 녀름 연구소, 지역재단 등에서 일하였고, 지난해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농림축산식품 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yisho21@daum.net)

Last modified: 2023-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