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6:39 오후 114호(2018.10)

서둔야학교 소식
『서둔야학사』 재발간에 즈음하여   

김기옥(농생물 71)·김영호(농생물 73)·김상원(원예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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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학은 1919년 3.1 독립운동 후 국민의 실력을 배양하기 위해 당시 가장 큰 산업인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을 깨우치려는 목적으로 실시되었다고 한다. 여기에는 농민을 계몽하려는 교육적 목적과 함께, 일제의 폭정에 저항하는 민족․민주의식을 함양시키려는 이념적 목적도 포함되어 있었다.

수원 서둔동 일대의 야학은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의 전신인 수원고등농림학교의 조선인 학생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해방 이후에는 농과대학 학생들에 의해 서둔야학으로 그 맥이 이어졌다. 서둔야학의 교육적·이념적 목적은 야학에 참여한 교사들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수되어, 그 결과가 서둔야학교를 거쳐 간 학생들의 면면에 잘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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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둔야학사를 연구하신 서울대학교 이용환 교수는 그의 논문에서 “서둔야학교는 우리나라의 그 어떤 정규학교의 교육 보다도 더 값진 성과를 거두었다. — 자신들을 냉대한 부모와 사회에 대하여 원망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을 길러 주었으며, 농촌에 철마다 달리 자라는 한 포기의 들꽃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마음을 길러주었으며, 자신을 사랑해주고 가르쳐준 젊은 교사들에게 감사와 존경할 수 있는 마음을 길러 주었으니–(이용환·강권영, 1999, 한국농업교육학회지 제 31권 제 4호, p. 77)”라고 기술했다. 이것으로 보아 정규학교에서 거둘 수 없는 교육 성과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용환 교수님의 논문 「서둔야학사」는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꼼꼼히 정리되어 있어 서둔야학사를 개괄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00년에 회고록 등 자료를 모아 한왕석 님을 편집장으로 하여 단행본 『서둔야학사』를 발간하였다.

그 후 18년이 지난 지금, 서둔야학회는 황건식 님의 주도로 옛 야학 교사(校舍)를 복원하였고 서둔야학회 집행부를 재정비했다. 또 기존의 『서둔야학사』에서는 기술이 부족했던 ‘역사 속에서의 서둔야학의 위치’를 재조명하고, 야학에 참여한 학생들과 교사들이 야학을 통해 어떤 사람들을 만났고 또 자신이 어떻게 변화되었는가 하는 경험담과 소견을 담을 책이 필요하다는 중지를 모으게 되었다. 이것이 서둔야학사 재발간의 계기이다. 일제강점기에 민족정신의 선양을 위해 수원고등농림학교에 일제에 저항하는 결사단(건아단)을 조직한 것처럼, 어려운 시기에 좌절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정신(이를 야학정신이라고 함)을 새롭게 할 목적으로 서둔야학사의 재발간을 추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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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간하는 서둔야학사 책의 제목은 『서둔야학의 발자취』로 잠정적으로 결정되었다. 이 책은 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 1장에는 이미 발간된 『서둔야학사』를 다시 정리하기 위해 「한국농업교육학회지」에 게재된 이용환·강권영의 논문이 실리고, 서둔야학 역사를 이야기로 꾸민 영상자료가 담긴다. 또 사회 변환기에 서둔야학의 역사적 사실을 증보하기 위해, 세 분의 집필자가 서둔야학의 변환기에 발생하였던 일을 사회와 민족을 향한 야학정신으로 풀이하는 글이 실린다. 또 서둔야학 초기에 일어난 일을 개인적으로 되짚어 보는 글 및 교사들과 졸업생들로 이루어져 재 설립된 서둔야학회의 발단과 진행 과정을 기술한 글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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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장(회원들의 에피소드: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과 제 3장(야학을 통한 성장과 만남)은 야학시절의 일화와 그 시절 이후의 변화를 회원 모두가 공유하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제 1장은 연구 논문 형식의 글로, 2,3장은 형식에 구애되지 않은 글들로 내용과 형식의 다양성을 추구하였는데, 각각의 주제 내에서는 통일성을 갖도록 했다.

서둔야학사의 재발간은 2017년 가을 서둔야학회 홈커밍데이에서 전체 회원의 의견을 반영하여 황건식, 김성곤, 한왕석 님을 고문으로 모시고, 김기옥 선생(서울대학교 농생물학과 1971년 입학, 1973년 서둔야학교 교장 역임)이 발간 책임을 맡았다. 김영호 선생(농생물학과 1973년 입학, 서둔야학교 국어교사, 현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이 편집위원장을 맡았으며, 강석찬, 안병권, 박애란, 박순자 님이 편집위원으로, 김상원 선생이 총무로 실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지금은 전체적으로 틀이 잡힌 가운데 논문 집필진이 막바지 서술에 힘쓰고 있다. 역사적 평가라는 중대사가 걸린 만큼 시한보다는 내용에 충실하려 한다.

Last modified: 2023-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