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아 (퍼실리테이터 클럽 대표, 농경제 08)
선구자에 기고를 시작하고 언제나 학교 밖에서 이런 저런 청년활동과 지역 활동을 하는 이야기를 실어왔습니다. 문득 이번에는 학교에서 느끼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8년에 입학해서 아직도 학교를 다니고 있으니 벌써 11년째. 그렇지만 또 새 학기를 맞이한 심정은 싱숭생숭합니다. 저는 주로 관악산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연구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우리 학교에서 가장 자랑할 만한 시설인 도서관을 자주 갑니다. 바깥세상 못지않게 학교에서 느끼도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요즘입니다.
새로운 공부나 일을 시작할 때는 앞선 사람들이 무엇을 했는지 찾아보아야 합니다. 처음에는 아무거나 이것저것 짚어보다가도, 우리는 결국 그 분야에서 가장 오랫동안 노력한 누군가에게 다가가게 됩니다. 저도 제가 최근 갖게 된 두 가지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그 누군가들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제가 최근에 궁금해 하는 첫 번째 질문은 ‘서양이 동양을 어떻게 보는가?’입니다. 우리 사회를 좀 더 거시적인 시각에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무려 2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공자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유교가 서양의 계몽주의에 영향을 주었다는 증거도 충격이었지만, 공자라는 사람을 이제야 만나게 된 것은 더 큰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알게 된 공자는 어지러운 시대에 태어나서 바른 말만 했지만 동시에 정치참여의 의지를 잃지 않았던 사람이었습니다. 예상할 수 있듯이, 그의 생애에는 많은 결실을 빚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리고 오랫동안, 중국 황제를 포함한 누구도 그의 생각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유교에도 많은 변화들이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현실 속 인간에서 답을 구한 그의 사상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에게 감명을 주고 있습니다.
저의 두 번째 질문은 ‘사람의 행동을 말로써 바꿀 수 있는가’입니다. 아마도 사람들을 움직이고 싶은 분이라면 누구나 관심 있을 주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답을 찾아가며 저는 피쉬바인(Fishbein)이라는 생소한 학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는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메시지와 의도, 자발적 행동 참여를 연구했습니다. 교수를 그만두고 미국의 공공건강캠페인을 다루는 기관에서 일하며, 에이즈 문제와 같은 건강 및 사회문제에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게 할 방법을 연구하였습니다.
사실 말로 사람의 행동을 바꾸는 것은 너무나 어렵고, 그것을 연구해 일반화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는 항상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시작해야 한다며,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더라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후학들이 반드시 기대어야 할 큰 기둥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지나치고 포기했을 문제에 대해 그는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이었고, 나아가 아는 것을 ‘실천’한 사람이었습니다.
뜬금없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좋은 여행’이란 감명을 주는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질문에 답을 구하는 과정은 요즘 저에게는 ‘최고의 여행’처럼 느껴졌습니다. 어찌 보면 우연히 책 속에서 만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던 그들은 바쁘고 정신없이 살고 있던 저를 숙연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위해 한 평생을 바치는 사람은 감명을 줍니다. 한편으로는 ‘내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는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은 지금 나의 어려움을 극복하게 할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기념사업회가 있는 이유도 이러한 감명을 함께 나누기 위함이 아닐까요? 이런저런 저의 생각은 새 학기 학교 한 구석에서 느끼기에는 너무 큰 꿈이지만 또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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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아 _ 농생대 농경제사회학부 08학번.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과정 재학 중. 퍼실리테이터 클럽 대표를 하면서 사람 중심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늘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2468nice@gmail.com)
Last modified: 2023-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