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5:33 오후 114호(2018.10)

우리 들꽃 이야기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의 이탄지를 다녀오다

최성호 (아시아 산림협력기구 프로젝트 매니저, 산림자원 92)


가족과 함께 풍성한 한가위를 맞이할 기분에 들떠 있던 9월 말, 애석하게도 인도네시아 출장이 갑자기 결정되었다. 국제기구에 몸을 담은 이상 회원국에 일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달려가야 하는 것이 숙명이니 어찌하겠는가. 어떤 사람들은 해외로 출장을 가면 비행기도 타고 해외여행도 공짜로 하니 좋다고들 하지만 현지의 실상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이번 출장지인 인도네시아의 정식 국가명칭은 인도네시아 공화국(Republic of Indonesia)이다. 현재의 국명은 19세기 중엽 영국의 언어학자인 J.R.로건이 명명한 것으로 ‘인도 도서(Indo Nesos)’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현지인들은 중세 때 자바의 주민들이 사용했던 ‘누산타라(Nusantara)’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많은 섬들의 나라’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 위치한 18,200여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세계 최대 규모의 도서 국가이다. 북쪽으로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브루나이, 인도와, 동쪽으로는 파푸아뉴기니, 남쪽으로는 호주와 인접해 있다. 인도네시아의 행정구역은 30개 주(propinsi), 2개 준주(daerah istimewa), 1개 수도구(daerah khusus ibukota)로 구성되어 있다.

<표1. 인도네시아 국가개요>

구 분내 용
국가명인도네시아 공화국(Republic of Indonesia)
면적190만㎢ (세계 15위, 한반도의 9배)
인구2억 3,764만 명(세계 4위)
기후열대성 몬순기후
수도자카르타(인구 1,200만 명)
주요 섬수마트라섬, 자바섬, 할마헤라섬, 보르네오섬, 술라웨시섬
종료이슬람교(86%), 기독교(6%), 가톨릭(3%), 불교(2%), 힌두교(1.8%)
민족자바족(35%), 순다족(13.6%), 아체족, 바딱족, 발리족 등 300여 종족
*자료참조 : Kotra 국가정보, 두산백과

다행히 추석 연휴 기간 출장을 가족들이 흔쾌히 받아들여 홀가분한 마음으로 인도네시아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는 이탄지 복원을 위한 모델 시범림 조성을 목적으로, 칼리만탄 팔랑카라야 툼방누사 지역에 2016년부터 이탄지 복원사업을 시행해 오고 있다.

9월 25일 한국을 출발하여 자카르타에 도착하니 밤 12시가 훌쩍 넘어버렸다. 안내를 담당한 인도네시아 직원은 다음날 새벽 칼리만탄 행 비행기를 타야하니 새벽 3시에 기상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자카르타 시내로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왠지 이번 출장도 만만치 않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쳤다. 9월 26일 새벽 자카르타에서 1시간 반 동안 비행기를 타고 보르네오섬 칼리만탄 팔랑카라야로 이동 후, 다시 1시간 정도 차를 달리고 나서야 사업지 인근에 도달할 수 있었다. 차를 타고 달리는 내내 사람의 자취는 온데간데없고 끝이 없을 것만 같은 녹색의 평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인도네시아 직원들은 광활하게 펼쳐진 녹색평원이 모두 이탄지라고 설명했다.

건기라 그런지 태양은 작열하고 토양은 바싹 말라,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사방으로 먼지가 푸석푸석 날린다. 이탄지 지역이라 비가 많이 오는 우기에 방문했으면 무릎까지 물이 차올랐을 것이다. 다행히 건기 동안 습지대가 바짝 말라 있어서, 중간 중간 물이 고여 있는 것을 보고서야 이곳이 습지대임을 알 수 있다. 표면에 드러난 흙은 온통 갈색이다. 겉은 바싹 말랐어도 조금만 땅을 파보면 물기를 머금은 냄새 지독한 검갈색 흙이 나온다.

<그림 1 인도네시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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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탄이란 한국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말이다. 이탄(泥炭, peat)은 벼과 식물 또는 나무의 죽은 개체가 분지에 두껍게 쌓이고, 생물화학적인 변화의 과정을 거쳐서 분해되거나 변질된 것이다. 이탄지(泥炭地, peatland)는 이탄이 퇴적되어 쌓인 습지대를 말한다. 이탄지는 전 세계 육지 면적의 6%를 차지하고 있으며, 주로 러시아와 캐나다 등의 한랭지에 형성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열대림이 대부분인 인도네시아에 세계 3위 수준인 총 2천6백만ha의 이탄지가 산재되어 있다.

인도네시아 이탄지는 현지 주민들이 생계를 목적으로 불법 화전을 일구거나 기업들이 팜유 생산을 위한 대규모 플랜테이션을 실시하면서 계속 파괴되고 있다. 세계산림연구센터(CIFOR)에 따르면, 매년 인도네시아 이탄지의 훼손으로 인해 발생되는 탄소량이 9억 톤에 달하며(한국의 1.5배), 특히 2015년 9월 보르네오 이탄지의 산불 발생으로 배출된 탄소량은 하루 1,500만 톤으로 미국의 일일 배출량(1,400톤)을 넘어선 적도 있다고 한다.

아시아산림협력기구 사업지가 위치한 툼방누사 지역의 이탄지는 2016년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 5,000ha가 소실되어 아직까지도 복구사업이 한창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한쪽에서는 자발적 녹색캠페인으로 이탄지를 복원하고 지역 주민에게 이탄지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한편, 다른 한쪽에서는 자신들의 생계를 위해 불법 화전 경작으로 이탄지를 파괴하는 행위가 공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탄지의 파괴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인도네시아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탄소배출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결국 이탄지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한 노하우의 개발과 전수는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탄지를 떠나오면서 인도네시아 현지 전문가가 한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적절한 탄소배출권 확보를 통해 산림보호를 위한 지역사회 수익모델이 적용되지 않는 한 대규모 상업적 벌채, 화전 등 인도네시아 이탄지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이탄지산불진화 작업
이탄지산불화재사진
이탄지 그린캠페인 행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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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호 _ 서울대학교 산림환경전공 대학원을 졸업한 후 현재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에서 근무중이다. 페이스북 그룹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방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많은 사람을 덕으로 품어 안는 성격으로, 업무를 추진할 때는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스타일. 아시아산림협력기구가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조직으로 발전하는데 작은 힘을 보태고 싶은 꿈이 있다. (quercus1@hanmail.net)

Last modified: 2023-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