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5:30 오후 115호(2019.01)

친구에게 바치는 노래2
참 희한한 친구

이용학 (전 효암고등학교 교장)

제 식구들 건사에는 다소 소홀해도

천지사방 다니며 좋은 벗들 사귀기 신나 했고

멀리서 온 벗님들 빈손으로 보내지 않으려 애쓰던 친구

잘 하는 것 하나 없어도 괜찮다

누가 뭘 잘 하는지 꿰고 있는 게 훨씬 중요하다며

늘상 전화통 끼고 이 사람 저 사람 바쁘게 연결해주던 친구

싸움에 이기려면 적에게 부탁할 수도 있다고

후배들 싸움판에 뛰어 들어, 그 엄혹하던 시절

교총 사무실에도, 남의 학교 교장실에도 머리 숙이며 다니던 친구

철들어 만난 좋은 어른들 깍듯이 모시고

가벼운 말씀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배우려 애쓰고

후배들에겐 표 나지 않게 뒷배 다 봐주고

나는 한 일 없다며 짐짓 모른 척 하던 친구

몸에 병이 들어 여러 차례 신세지게 된 병원에서도

심심해서 못 살겠다고 킬킬거리며

병문안을 당당히 요구하여 온 동네 동무들을 병원에 불러 모았던

정말 사람을 좋아한 친구

가는 길 선명하지 않고 멀고 험해 보여도

나중에 잘 되면 참 근사하겠다는 생각 든다며

바지런히 그 길 갈 준비하면서 주위를 독려하던 친구

스스로를 ‘양산박’에 ‘마당발’이라던 친구

그걸 난 ‘오지랖’에 ‘설레발’이라 나무란 적도 있는 친구.

딸 결혼식 사진에서 뽑은 영정엔

저리 환하게 웃고 있는데

먼 길 이렇게 황망히 떠난 것은

그곳에 또 뭔가 신나는 일 있을 거라는 생각 들어

눈빛 반짝이며 달려간 때문이라 여깁니다

잘 가시게!

육신도 마음도 아픔 없는 곳으로.

거기서 새로 사귄 숱한 벗들과 신나게 노니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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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부산에서 발간하는 (사)민족미학연구소의 간행물에도 실렸습니다.

Last modified: 2023-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