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아 (퍼실리테이터 클럽 대표, 농경제 08)
2019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모두들 안녕하신지요? 저는 새해 첫 주 일정으로 중국에서 연구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북경대 캠퍼스가 있는 중국 선전시에는 신년의 복을 기원하는 기운이 넘치고 있었습니다. 거리마다 장식된 빨간 등도 화려했지만, 중국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도시인만큼 세련된 신도시의 색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의 발표는 지속가능발전 지표 개발을 위한 7개 원탁회의에 참여한 일반인들의 수천 개 의견을 분석한 내용이었습니다. 지속가능발전은 환경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지만, 보통 환경, 사회, 경제의 조화로운 발전과 이를 위한 제반사항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이 내놓은 의견 중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연령대별 차이었습니다. 40대는 경제적 평등을 시급한 과제로 꼽은 반면, 20대와 30대는 경제적 성장을 시급한 과제로 뽑았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온 것인데, 청년들의 힘든 상황을 묵묵히 보여주는 것 같아 무거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난달에는 제 친구들이 있는 카톡방에서 작은 토론이 있었습니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20대 남성의 정권 수행 만족도가 60대 남성보다 낮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옳은 방법을 쓴 조사인지에 대한 검증부터 다양한 평가, 자료 등이 오간 끝에 제가 내린 결론은 “그럴 수 있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성인 저는 우리 부모님 세대의 여성보다는 사회진출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크게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제 또래의 남성은 우리 부모님 세대의 남성에 비해 상대적인 지위가 낮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전 세대보다 못 살게 된 최초의 세대라는 진단조차 진부해지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0대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습니다. 하청 비정규직으로 위험한 환경에서 홀로 일하다 사고를 당한 그의 소식에 식사 한 끼 편하게 할 수 없었다는 구의역 김 군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타지에서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발표를 하는 그 날에도 또 다시 20대 노동자의 작업 중 사망소식을 들었습니다. 취업이 어려워 괴로워하고 나아가 죽음에 내몰리는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 비단 청년들뿐 만은 아니겠지요. 그러나 과연 이대로 우리 사회가 안녕할 수 있을까요. 눈앞에 뻔히 보이는 위험이 있음에도 자본의 힘 앞에 청년들부터 내몰리는 현실을 보면 지속가능한 사회란 그야말로 꿈같은 목표로 느껴집니다.
발표를 마치고 중국 학우들과 뒤풀이 자리에서 대화를 나눴습니다. 제가 한 중국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담배를 아무데서나 정말 잘 피우는데, 학생이나 젊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요. 그러자 그 친구는,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면 병에 걸리고 그러면 취업 준비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만큼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더군요.
중국에서 정말 잘 산다는 도시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의외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입니다. 근 3~4년 동안 선전시의 기업들은 임금을 2배로 올릴 정도로 급성장을 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주변 물가가 오르면서 미취업 상태나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이 어려워졌고, 또 최근에는 경기도 침체되면서 도시 분위기가 썩 좋지는 않다고 합니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저는 또 우리나라와 청년들의 처지가 생각났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해야 하는 일 외에는 생각할 겨를조차 없는 학기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작년 다이어리를 펴보면, 무언가를 달성해야 하고 만들어내야 하는 경주마가 되어 나조차 지속가능하지 않았던 일 년이었습니다. 개개인이 실천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크지 않습니다. 그래도 새해에는 저부터 다른 사람에게, 특히 또래 청년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여유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제 삶도 지속가능하고 사회도 지속가능하자는 소박하고 거창한 꿈을 잃지 않는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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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아 _ 농생대 농경제사회학부 08학번.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과정 재학 중. 퍼실리테이터 클럽 대표를 하면서 사람 중심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늘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2468nice@gmail.com)
Last modified: 2023-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