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3:52 오후 115호(2019.01)

우리 들꽃 이야기
아시아의 제네바 싱가포르

최성호 (아시아 산림협력기구 프로젝트 매니저, 산림자원 92)


말레이반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 북쪽으로는 조호르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말레이시아와, 남쪽으로는 싱가포르 해협을 두고 인도네시아와 접해 있다. 싱가포르는 1819년 영국의 동인도 회사가 해상 무역의 거점으로 활용하기 하기 위해 개발한 항구 도시이다. 말레이시아 연방의 일원으로 1963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을 탈퇴하여 현재의 독립 국가가 되었다.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해상교통의 중요 지점에 자리 잡고 있어 아시아와 중동, 유럽을 잇는 자유무역항으로 번창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가개요>

구 분내 용
국가명싱가포르 공화국(Republic of Singapore)
면적719.1㎢ (서울의 1.2배)
인구5,791,901명
기후열대성 몬순기후
수도싱가포르
언어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
종료불교(42.5%), 이슬람교(14.9%) 및 도교(8.5%) 외 카톨릭, 힌두교, 기타 기독교 등
민족중국인(77%), 말레이인(14%), 인도인 등
*자료참조 : 두산백과 및 다음백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북부의 바탐(Batam) 섬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정도 쾌속정을 타고 싱가포르 해협을 가로질러 이번 여정의 종착지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싱가포르 항에 도착하니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남부지역에 대형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싱가포르는 아무래도 행운을 가져다주는 도시인가 보다. 창이 공항에서 한국행 자정 비행기를 타려면 14시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잠시 짬을 내어 싱가포르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싱가포르는 다른 동남아시아와 달리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과 사회기반 시설을 잘 갖추고 있어 시내 어디로든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싱가포르 하면 이층 버스가 명물 아니던가? 시내로 향하는 이층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의 이층은 탁 트여 있어 싱가포르의 정경을 차근차근 둘러보기도 좋고 버스의 속도감을 마음껏 즐길 수 있어 좋다. 현지 가이드는 친절하게 랜드마크 호텔, 오페라 하우스, 금융가 건물, 싱가포르 항구, 차이나타운 등의 명소들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술술 풀어낸다. 싱가포르의 건물은 참 특이하고 인상적이다. 눈 씻고 찾아봐도 똑같은 건물이 하나도 없다.

각각의 건물마다 서로 다른 특징이 있고 자연친화적으로 지어져 방문객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도로 주변의 아름드리 가로수는 자연의 멋을 그대로 살려 고층 빌딩과도 조화를 잘 이룬다. 머라이언 파크에서 내리니 주말이라 그런지 내국인과 외국 관광객이 뒤섞여 머라이언 조각상과 랜드마크 호텔을 배경삼아 각자 인생샷을 담느라 분주하다. 야경은 더욱 멋지다는 말에 저녁에 다시 오기로 하고 다음 행선지인 센토사(Sentosa)섬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싱가포르 본섬으로부터 남쪽으로 약 800m 떨어져 있는 센토사 섬은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휴양지이다. 동서 길이 4㎞, 남북 길이 1.6㎞로 센토사란 지명은 말레이어로 ‘평화와 고요함’을 뜻한다. 본섬에서 센토사 섬을 가려면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싱가포르는 한 폭의 풍경화를 보듯 아름답기만 하다. 이 섬은 지난해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곳이다. 한반도와 연관된 역사적인 장소에 오니 입구에서부터 반갑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싱가포르는 지난 2015년 중국과 타이완의 첫 정상회담을 유치하며 주목을 받았고, 이번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국제적인 회담 장소로서 위상을 확고히 굳히게 되었다. 중립 외교를 표방하며 다자 외교를 추구하는 스위스 제네바처럼 ‘아시아의 제네바’란 평가까지 받고 있다. 센토사 섬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휴양시설, 공원 등 다양한 시설이 있지만 시간 관계상 수박 겉핥듯이 이곳저곳을 스쳐 지났다. 아무래도 다음에 정식으로 다시 방문하여 마음껏 싱가포르의 명소들을 즐겨야겠다.

어느덧 공항으로 갈 시간이 3시간 정도 남았다. 부기스 전통시장, 라우파삿 사떼 거리와 야경을 둘러본 후 공항으로 향하기로 했다. 그 나라의 삶과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재래시장을 가보라. 북적이는 사람들, 다양한 물건들과 그 나라 서민의 삶을 물씬 느낄 수 있고 보는 재미도 정말 쏠쏠하다. 싱가포르는 물가가 비싼 곳으로 유명하지만 부기스(Bugis) 시장은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도 사고 다양한 현지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연말 대박세일 기간이라 저렴한 물건들을 사기 위해 시장은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한국 돈으로 만 원 정도면 원하는 과자 종류와 생활필수품을 제법 구매할 수 있다.

평소 싱가포르는 공중 도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곳이라고 들어서 그런지 횡단보도와 도심 거리를 지날 때마다 조심했건만, 현지인들도 경찰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약간의 일탈을 보이는 모습을 보니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나 비슷한가 보다. 시장에서 중국식 면과 돼지고기로 저녁을 간단히 먹은 후 싱가포르에 오면 꼭 가봐야 한다는 라우파삿 사떼 거리로 가는 택시를 탔다.

.
.

꼬치로 유명한 라우파삿 거리는 낮에는 차량이 통행하지만 저녁에는 먹거리를 파는 거리로 대변신을 한다. 꼬치 굽는 냄새가 멀리에서도 코끝을 자극한다. 꼬치 거리답게 양꼬치, 닭꼬치 등 다양한 종류의 꼬치와 싱가포르 산 생맥주를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얼마 전 모 한국 방송에도 소개된 곳으로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왔다갔는지 상인들은 능숙한 한국말로 ‘이리오세요’ 하며 손짓을 한다. 늦은 시간 퇴근한 직장인들, 외국인들과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제법 눈에 띈다. 꼬치와 함께 즐겼던 싱가포르 산 창 생맥주는 아직도 그 맛이 입속을 맴돈다.

짧은 여정이었지만 싱가포르 방문은 이번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자원도 없고 땅도 좁은 나라의 저력은 과연 무엇일까? 다양성을 인정하는 나라,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를 구사할 수 있고 경쟁력 있는 글로벌 인재를 배출하는 나라, 중개무역을 할 수 있는 지리적 여건을 십분 활용하는 나라, 부정부패를 멀리하고 근면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들의 기질, 미래의 성장 동력을 꾸준히 개발하는 정책 등이 싱가포르를 아시아의 경제대국, 나아가 아시아의 유럽으로 만든 이유가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도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한 싱가포르 국립대학이 창의적이고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인재를 길러낸다는 것이 한국인으로서 정말 부럽기만 하다.

세계는 다양성과 창의성, 글로벌 감각을 갖춘 인재를 요구하건만 우리는 언제 획일화된 교육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는지. 젊은이들이 기회가 된다면 넓은 세계로 나아가 드넓은 세상을 배워보길 권하고 싶다. 정말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0

0

최성호 _ 서울대학교 산림환경전공 대학원을 졸업한 후 현재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에서 근무중이다. 페이스북 그룹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방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많은 사람을 덕으로 품어 안는 성격으로, 업무를 추진할 때는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스타일. 아시아산림협력기구가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조직으로 발전하는데 작은 힘을 보태고 싶은 꿈이 있다. (quercus1@hanmail.net)

Last modified: 2023-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