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6:12 오후 131호(2023.01)

초보 정책가 일기
윤석열 정부 ‘교육 개혁 방향’ 해설   

김현수(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정책보좌관, 환경재료과학 08)

윤 대통령은 2023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언급하며 교육 개혁을 최우선 3대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신년사는 너무 짧아 그가 말하는 교육 개혁의 실체를 알기는 어려웠는데, 며칠 뒤 1월 5일 교육부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오간 대화를 통해 그 생각의 단면을 조금 알 수 있었다. 후속해서 발표될 정책 이외에 먼저 신년사에서 언급된 내용 위주로 해석을 해보고자 한다.

아래는 신년사에서 교육개혁에 관해 언급한 전체 문단이다.

“세계 각국은 변화하는 기술, 폭발하는 인력 수요에 대응하고자 교육개혁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고등교육에 대한 권한을 지역으로 과감하게 넘기고, 그 지역의 산업과 연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이러한 교육개혁 없이는 지역 균형발전을 이뤄내기 어렵습니다. 또, 지역 균형발전은 저출산 문제 해결의 지름길입니다. 자라나는 미래세대가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다양화하고, 누구나 공정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미사여구가 아닌 실제 내용이 들어간 부분은 두 부분이다. 각각에 대해 해석해 보자.

고등교육에 대한 권한을 지역으로 과감하게 넘기고

비교적 명확히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현재 지방교육자치는 유-초-중등(고등학교까지) 교육에 대해서만 이루어지고 있다. 고등교육인 대학교육은 전적으로 교육부 소관으로 남아있다. 이를 지역으로 넘기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아마도 윤대통령이 말하는 지역은 지방교육청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 국민의힘에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한 법안인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와 연동해서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개특위에서는 중대선거구제 논의가 가장 활발하지만, 한 켠에서는 교육감 선거를 없애자는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교육감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0년대 초반, 기득권 보수 세력은 의외의 타격을 입었다. ‘무상급식’이라는 거대한 시대정신이 교육감을 대부분 진보세력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17개 시도 중 14개 시도가 진보성향으로 분류되었고, 국민의힘이 전국을 휩쓴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17개 시도 중 9개 시도가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등 교육계에서 진보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때문에 기득권 보수세력은 줄기차게 교육감 선거 폐지를 주장해 왔다.

각 시도교육감이 남아있는 상태로 고등교육에 대한 권한을 지역으로 넘기면,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18조에 따라 시도의 교육, 학예에 관한 사무의 집행기관으로서 설치된 시도교육감에게 그 권한이 이양된다. 때문에, 자신들이 원하는 입맛대로 고등교육 정책을 구현해 내기 위해서는 러닝메이트제를 통해 자신들(각 시도지사)의 입맛에 맞는 교육감 ‘임명(형식이 선출이더라도)’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저 문구는 단순 대학에 국한 지은 것이 아닌, 유-초-중-고뿐만 아니라 대학까지 지자체장이 관여하는 미래를 말한 것이라 해석해야 마땅하다.

교육 과정을 다양화하고

이 부분은 문자 그 자체로만 보면 언제나 이야기되는 별 의미 없는 내용일 수 있으나, 업무보고 당시 대통령의 모두발언까지 함께 보면 해석이 가능해진다.

“저는 이 교육에 있어서, 아무리 여기에 국가나 정부가 관여한다 하더라도 어떤 획일적인 그런 콘텐츠를 가지고, 또 획일적인 그런 시스템, 획일적인 특정한 종류의 학교, 이런 것만 가지고 아무리 국가나 정부에서 주도, 지원하는 교육이라고 하더라도 어렵다고 봅니다. (중략) 이 교육이라고 하는 것을 우리가 하나의 서비스라고 한번 생각을 해 봅시다. 국가가 관장한다고 해서 이것을 국가의 독점 사업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독점 시장에서는 독점 가격이 형성돼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만 더 큰 피해는 독점 시장에서는 독점 기업이 최대 이윤을 벌게끔 가격을 컨트롤할 뿐만 아니라 자기들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상품만 생산하고, 소비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이것이 상당한 경쟁시장 구도가 되어야만 가격도 합리적이 되고, 또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관련 상품들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소름 돋는 대목이다. 그 어떤 역대 대통령도, 심지어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도 교육을 독점 시장에 비유한 적은 없다. 현재의 교육계는 그 자체로 단일한 독점적 이익집단으로 뭉쳐있기에 이들을 ‘경쟁’시켜야 한다는 것이 주된 논리다. ‘독점’되어 있는 교육은 누구와 경쟁해야 하는 것인가? 다른 국가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사교육’밖에 없다. 공교육, 학교교육을 사교육에 그대로 노출시키겠다는 선언으로 해석함이 마땅하다.

다만 이 사교육은 단순히 ‘학원’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 업무보고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그 속내를 알 수 있다. ‘교육자유특구’라는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교육자유특구에서는 초중고교 학생 선발권과 학교 운영 자율권을 보장해 교육의 다양성을 확대한다고 한다. 위 발언과 이 정책을 함께 해석해 보면, 특정 지역(교육자유특구)에서부터 더 많은 특권학교를 만들겠다는 선언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미 부총리 자신이 과오로 인정한, 이명박 대통령 시절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떠올리게 한다. 윤대통령의 ‘다양화’는 그것의 심화 확장판이 될 우려가 크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정부도 역사의 시계를 퇴행적으로 되돌리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그나마 ‘유지’라도 시켜준 공교육의 시계를 뒤로 되돌리면, 우리 아이들은 또다시 정글로 내팽개쳐지게 된다. 우리가 미래를 조금 더 진지하게 걱정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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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_ 농대 학회 ‘농학’에서 활동했으며 농대 부회장을 역임했다. 학부 졸업 후 교육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 과정을 마쳤다. 교육협동조합 아카데미쿱을 설립하여 활동하다가 현재는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정책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edukhs1@gmail.com)

Last modified: 2023-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