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청년협동조합 밥꿈 대표, 농경제사회학부 08)
오늘은 지방청년 A양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며칠 전 오랜만에 진주에서 함께 협동조합 활동을 했던 A양을 만났습니다. A양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제가 사는 세종시에 있는 한국개발연구원에 면접을 보러 왔다가 만나게 되었습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A양은 실무경험도 해보고 이 분야가 정말 자신과 맞을지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에서 운영하는 영프로페셔널사업에 지원했다고 합니다. 영프로페셔널 사업은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에 참여하는 기관에서 인턴십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지금까지 21개 기관에 지원해서 13곳에 서류합격하고 차례로 면접을 보러 다니고 있었습니다. 13개 기관 중 10개는 서울에 있는 기관이라고 합니다.
지방에 사는 청년들의 취업준비에는 다양한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정한 분야(A양의 경우에는 국제개발협력)로 구체적인 취업준비를 할 경우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준비할 사람들이 주변에 많지 않습니다. 요즘에야 온라인으로 대부분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수도권에서는 다양한 스터디모임이 운영되고 직접적인 취업지원 프로그램의 도움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면접을 보기 위해 진주에서 서울까지 왕복 8시간을 이동해야 합니다. A양도 3일간 면접이 이어져서 숙박업소에서 잠을 자가며 3일 동안 그야말로 면접투어를 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래도 면접일정이 붙어있어서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다행이랍니다. 드문드문 면접이 있으면 한 달에도 몇 번씩 상경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8개월 계약직 인턴에 합격하면 서울에서 거주할 방을 구해야 합니다. 비싼 방값도 문제고 1년 이상은 해야 하는 계약기간도 골치 아픈 일입니다. 하고 싶은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교통체증이 일상인 서울에서 꼭 살아야 할까 고민도 떠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방소멸, 지역 청년의 수도권 이주, 부족한 지방의 일자리와 정주여건, 인구의 절반이 넘는 수도권 집중 등등. 수많은 이야기들을 뉴스에서 접하게 됩니다. 너무 많이 접해서 이제는 특별할 것도 없는 이야기지만 끊임없이 뉴스로 소비됩니다. 저도 청년활동에서 조금씩 멀어지다 보니 예전만큼 관심이 덜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가 A양을 통해 통계와 뉴스가 아닌 생활과 삶에 대한 고민을 듣고 나니 다시 한번 청년문제와 수도권집중 문제에 대해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그 어떤 명쾌한 해결책은 없을지라도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대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이슈가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도 좋다고 허락해 준 A양에게 감사하며 A양을 비롯해서 2023년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우리 모두의 희망찬 새해를 기원합니다.
.
.
김수현 _ 농경제사회학부 08학번. 청년협동조합 밥꿈 대표. 뭘 하면 좋을까 새로운 꿍꿍이에 골몰하며 내성적인 주제에 계속 사람들을 모으고 커뮤니티, 공동체를 꿈꿉니다. 청년, 사회적 경제, 지역, 마을자치 오만가지 관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Last modified: 2023-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