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원 (농화학 92)
지난 2022년 10월 16일 개막하여 22일까지 1주일에 걸친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가 있었다. 정식 명칭은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이다. 한국 언론이 과거와는 달리 관심 있게 여러 차례에 걸쳐 보도하였는데 아마도 중국의 위상이 과거와는 달라졌고 시대를 역행하면서 또다시 등장한 1인 독재체제로의 변화에 우려 섞인 관심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푸틴도 감당하기 힘든 국제 사회에 이제는 시진핑까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예상했던 대로 중국의 20차 당대회는 시진핑 1인 독재시대 개막을 확인해 주었다. 그리고는 이제 관심밖이다. 한국사회는 중국이라는 편리한 용어로 전후 사정을 알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하는 듯하다. 그러나 중국의 1인 독재 체제 강화의 배경은 한반도의 평화와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고 향후 미중 대결 구도에서 우리의 입장을 정리하는 데서도 중요하므로 전후 사정과 당대회의 구체적인 결과를 조금 더 아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시진핑의 독재체제 강화를 중심으로 한 20차 당대회 결과는 미중 대결 국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과거 30년 동안 미국과 중국은 관계가 매우 좋았다. 한때는 Chimerica라고 불릴 정도로 중국은 생산을 하고 미국은 소비를 해주는 구조로 서로가 서로를 발전시켜 주며 잘 지내 왔었다. 2001년 WTO가입도 미국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양국 관계가 2008년 국제 금융위기를 계기로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국은 추락한 반면 중국은 역으로 입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0년에는 중국이 일본을 넘어 G2 국가가 되었고 2011년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당시 국가 부주석)이 오바마에게 태평양은 충분히 크니 미국과 중국이 나누어 쓰는 것이 어떠냐고 이야기하게 된다. 흥청망청 Unipolar 세계라며 자만하던 미국이 문득 중국의 부상에 놀라게 된 순간이었다. 이에 당황한 오바마가 중동에서 발을 빼고 Pivot to Asia를 외치면서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시진핑 집권 10년간은 과거 30년과는 정반대로 점점 미중 대결이 격화되는 시기로 요약될 수 있다. 오바마의 각성에서 시작하여 트럼프의 무원칙적인 중국 때리기, 바이든의 정교하면서 동맹을 동원한 대 중국 압박과 봉쇄가 바로 시진핑 집권 이후 이어져 오고 있는 양국 관계의 모습이다. 여기에 중국의 역린이라 할 수 있는 타이완 문제를 다시 꺼내고 국제화시키고 있으니 중국으로서는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중국의 20차 당대회는 바로 이러한 미중 대결의 결과라고 할 수있다. 시진핑의 중국몽이 시진핑 혼자 꾸는 꿈이 아닌 것이다. 중국에서 다음의 중요한 정치 일정은 오는 3월 초에 있을 양회(전인대와 정치협상회의)다. 양회를 맞이하기 전에 지난 당대회를 다시 한번 상기한다면 향후 양회 뉴스를 접할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먼저 중국 당대회는 모택동 사후(등소평 집권 이후)부터는 5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모든 당대회가 5년마다 열린 것은 아니다. 어느 언론에서 5년에 한 번씩 개최되고 이번이 20차여서 창당 100년(1921년 창당, 2021년은 창당 100년이 됨-시진핑이 자주 이야기하는 두 개의 100년 중 첫 번째 100년을 말한다.)이 된다고 하였으나 이것은 우연의 일치이다. 모택동 생전에는 매년 열린 적도 있고, 항일 운동과정, 국공내전 과정 중에는 17년 만에 열린 적도 있으며 9년 만에 열린 적도 있다. 당대회는 사실 그 전해부터 준비가 시작된다. 2021년 11월 11일에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 전회)에서 2022년 하반기 베이징에서 20차 당대회를 개최한다고 결정하였다. 이 결정이 내려진 후 20차 당대회에 참가할 대표 선발이 각 지역에서 진행되었다. 그 과정이 2022년 9월 25일에 모두 끝났고 2,296명의 대표 명단이 확정되었다.
20차 당대회 마지막 날, 제20기 중앙위원회 위원 205명이 선출되었고, 후보위원으로 171명이 선출되었다. 중앙위원, 후보위원 모두 임기는 5년이며 선출 방식은 비밀투표로 한다. 후보위원은 중앙위원의 유고시에 득표수에 따라 순차적으로 중앙위원으로 올라간다. 후보위원은 중앙위원회에 참석하여 발언을 할 수는 있으나 선거권, 피선거권, 의결권은 없다. 이렇게 구성된 중앙위원회는 주로 매년 1회 이상 회의를 한다. 당대회 마지막날 중앙위원회 선거가 끝나면 당대회는 공식적으로 폐막한다. 전국 대의원들의 할 일은 여기까지다. 그 이후부터는 중앙위원회가 할 일이다. 20차 당대회 바로 다음날 제20기 1차 중앙위원회 전체 회의(20기 1중 전회)가 개최되었다. 1중 전회에서 정치국 위원24명을 선출하였고, 정치국 위원 중에서 상무위원회 7인을 선출하였다. 정치국은 최근 25인이 주류였지만 반드시 25인이거나 홀수인 것은 아니었다. 어느 일간지에서 이번에는 정치국원을 24인으로 하면서 시진핑의 독재 의도와 연결시키려 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과거 정치국원의 수에서 짝수로 한 사례가 있다. 14기 때는 20명, 15기 때는 22명, 16기 때는 24명이었다. 중앙위원회에서는 먼저 상무위원회 7인을 선출하고 상무위원 중에서 시진핑을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로 선출하였다. 선출된 상무위원 중에서 공산당 기율심사위원회 서기로 서열 7위 리시가 인준되었고 서열 5위 차이치가 공산당 중앙 서기처 서기로 선출되었다. 중앙위원회를 거치면서 시진핑(국가 주석은 내년 전인대에서 결정됨)과 2인은 이미 직책이 정해지고 나머지 4인은 내정된 상태로 있게 된다. 내년 양회 전에 열리는 20기 2차 중앙위원회(20기 2중 전회)에서 역할이 확정되고, 각각 해당기관의 회의에서 공식적 인준 절차가 진행된다. 그런데 다 알다시피 이번의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바로 화제의 중심이다.
먼저 시진핑의 연임은 사실상 확정된 것이었다. 그러나 절차가 남았고 과거 중국 지도부의 사례에서 보면 예고없이 낙마되는 경우가 있었기에 조심스러운 것뿐이었다. 3연임이라고 하는데 현재까지의 상황만 놓고 본다면 4연임이 확실하다. 20기 상무위원회에 차기로 볼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단 시진핑의 건강에 문제가 없어야 하고 물러날 만큼의 실정이 없어야 한다. 시진핑이 중대한 실책을 범한다면 반드시 물러나게 된다. 중국이 독재 국가라 해도 문제가 있는 지도자를 계속 인정할 만큼 엉터리 집단은 아니다. 과거 모택동이 대약진 운동에서 실패하여 뒤로 물러난 사례도 있고, 문화대혁명의 후과로 모택동이 지명한 후계자가 별힘을 쓰지 못하고 실각한 사례가 있다. 중국 공산당의 ‘당장’에 시진핑 사상이 들어가느냐의 문제를 가지고 말도 많았다. 그러나 들어간다 해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언론은 단지 시진핑의 독재를 자극적으로 부각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과거 모택동의 후계자로 임표를 지명한다고 한 내용이 ‘당장’에 삽입된 적도 있었는데, 중국 공산당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단 시진핑 독재 체제가 강화된 것은 맞다. 상무위원회 전원이 시지아쥔(시씨 집안의 군대)으로 구성된 것이 맞고 정치국원을 보더라도 대부분 시진핑 계열로 채워졌기 때문에 5년 후의 권력구도에서도 시진핑의 독재는 여전히 이어질 것이다.
이번에 리커치앙 현총리가 물러나는 것은 이미 정해진 일이었다. 언론에서 리커치앙에 대한 관심도 많았으나 2018년에 국가 주석 및 부주석에 대한 연임제한을 철폐할 때 총리에 대한 연임제한은 철폐하지 않았기 때문에 리커치앙이 뒤로 물러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정치국은 서열이 없으나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서열이 있다. 1위는 시진핑이고 2위는 리창인데 내년 전인대에서 국무원 총리를 맡게 될 것이다. 이는 지방정부도 마찬가지인데 성의 서기는 실질적 성의 1인자이고 2인자가 성장을 맡는다. 상무위원회 서열 3위는 자오러지인데 14기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맡게 될 것이다. 전인대는 매년 3월경에 열리는 우리의 정기국회 같은 것이다. 우리는 국회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인사들을 뽑지는 않지만 중국은 여기서 국가 주석, 부주석이 선출되고, 국가 중앙 군사위원회 주석과 위원들 및 국무위원, 각부 부장이 선출된다. 따라서 전인대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서열 3위가 맡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서열 4위는 왕후닝인데, 왕후닝이 사실 대단한 인물이다. 최근 중국 정치에서 소위 제갈량 같은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강택민 시기 소위 3개 대표론을 제시한 인물이고, 후진타오 시기 과학적 발전관을 개발했고, 시진핑 시기 중국몽과 일대일로라는 대 발명을 한 인물이다. 최근에는 시진핑 사상의 이론적 뒷받침을 하고 있는 인물이다.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의 주석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정협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통일전선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공산당이 중국정치의 중심이지만, 그 외 세력은 통일전선으로 묶어 공산당이 통일전선 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서열 5위 차이치는 20기 1중 전회에서 중국공산당 중앙 서기처 서기로 선출되었다. 중앙 서기처는 공산당 총서기의 역할을 보좌하면서 당의 핵심업무인 중앙 조직부와 선전부를 관할한다. 서열 6위 딩슈에샹은 차기 정부에서 부총리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서열 7위 리시는 20기 당대회에서 133명의 중앙기율검사위원 중 1인으로 선출되었고 1중 전회에서 상무위원으로 선출된 후 중앙 기율위원회 서기로 인준되었다. 중앙 기율위원회는 항상 서열이 낮은 쪽에서 맡음으로써 과도한 권력이 행사되지 않도록 한다.
추가로 중국의 군사위원회는 매우 중요하다. 중국의 군대는 당군이다. 사회주의 나라의 군대는 거의 당군이다. 당군은 국군과 다르다. 국군은 대통령이 바뀌면 군대도 대통령의 군대, 국민의 군대가 된다. 그러나 당군은 그럴 리도 없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공산당의 군대로 여전히 남아 있다. 과거 등소평은 집단지도체제 형성후 당의 총서기나 국가 주석을 하지 않으면서도 중앙 군사위원회 주석을 맡으면서 실권을 행사했고 강택민도 공산당 총서기와 국가 주석직을 후진타오에게 넘겨주고 얼마간은 중앙 군사위원회 주석직을 맡으면서 영향력을 행사했었다. 그런데 시진핑은 처음부터 중앙 군사위원회 주석직을 겸임하고 있다. 시진핑의 권력 장악이 쉬운 한 원인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공산당 중앙 군사위원회 인물들은 그대로 내년 전인대에서 국가 중앙 군사위원회로 선출되면서 정부기구의 공식적 역할도 겸임하게 된다.
당대회의 모든 결과는 올해 열리는 양회에서 완성이 될 것이다. 향후 진행될 중국의 변화를 계속 주시하였으면 한다. 그런데 사실 중요한 문제는 한국이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불구경 정도가 아니다. 시진핑은 집권 초기와는 달리 북한에 대한 태도를 달리 하고 있다. 대만 문제가 중국의 약점이라면 중국 입장에서 미국을 곤란하게 할 열쇠가 바로 한반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변화를 주시하면서도 항상 한반도 문제에 미칠 영향을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
손태원(농화학 92) 중국에서 20년간 제조업 주재원으로 근무. 현재는 한양대학교 중국학과 석사과정 재학중
Last modified: 2023-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