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 이후 47년간 펼친 민주주의 콘텐츠들이야 말로 이 시대를 해결하는 지름길
안병권 이야기농업연구소장, 농생물 79
2022년 9월 28일
[제작일기] 다큐영화 <1975. 김상진> 가편집 2.0
시나리오와 영상(가편집본), 자료화면들을 하루 종일 이리저리 맞춰보면서 큰 흐름을 세팅하는 중이다.
제작진은 지난주 수원 상상 캠퍼스에서 가편집본 1.0을 점검하고 의견을 교환했다. 그때 나온 이야기를 토대로 2.0이 표출된 것.
제작진 각자 집중 점검하고, 셋의 시선을 정리해서 내일 늦은 저녁 줌 회의로 의견을 맞춘다.
2019년 말, 애초 기획은 열사 살아생전을 주·조연, 엑스트라 배우들과 함께 실사 드라마로 촬영하는 것이었다. 영화 촬영지 답사까지 마친 상태였지만 코로나로 1년 6개월 동안 실행하지 못했다. 제작비도 문제였지만 시간을 마냥 늦출 수도 없어 살아생전과 상상 영역에 애니메이션 컷을 넣고 성우들 목소리로 실감을 높이기로 했다.
애니메이션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일 때 작가가 교통사고로 입원하는 바람에 예정보다 늦어졌다. 결과물 140컷 납품받았고, 지금은 몇 장면 수정 작업 중이다.
인터뷰, 현장 심층 촬영, 애니메이션, 열사의 마지막 육성, 대한뉴스나 민주화운동기념관에서 구매예정인 영상, 사진자료 등을 흐름에 맞춰, 제작진의 의도대로 꿰매는 작업이 가편이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성우들과 함께 녹음실에서 실상황 목소리 연기를 삽입하고, 배경음악, 자막 입히기, CG 등등 1차 내부 시사회를 위한 ‘완성 영화’ 단계로 들어선다.
아직 갈 길이 남긴 했지만 고지가 바로 눈앞이다.
1970년대로 우리는 끊임없이 달려갔다. 나는 79학번으로 70년대 마지막 학번이다. 그나마 연결고리가 이어지므로 가능한 상상과 조금은 엉뚱한 생각을 번갈아 70년대에서 상진형과 그 친구, 선후배들과 같이 움직였다. 동시에 그분들을, 그 시대를 2022년 지금으로 자주 불러냈다. 박제화된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여전히 활발한 생명력을 지닌 유기체로 그때와 지금이 만난 것이다.
지금과 상진형이 가신 그때, 그리고 그사이 40여 년간의 시·공간이 들고, 나고, 만나고, 헤어지고, 연결되고, 꿰매지는 게 가편집이다. 일종의 영화 장면 순서를 정하는 일인데 여간 머리 아픈 일이 아니다. 세팅하다보면 더 좋은 건 없을까? 아쉬움이 슬며시 손을 잡아끈다.
장영철 연출 감독과 이선경 작가가 고생한다.
내 생각을 정리하다가 열사에게 죄송스러웠다.
젊은 생명을 바쳐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날, 저 지하에서 뜨거운 갈채를 보내겠노라” 기꺼이 호언장담하셨는데…. 그런 분을 윤석열 시대에 모셔야 하다니….
그러다가 용기를 낸다. 쪽팔리지만 고백한다. 열사의 26년과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47년간 펼친 드라마틱한 민주주의 콘텐츠들이야 말로 이 시대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10월 중순, 김상진기념사업회 임원들과 제작진 내부 시사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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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13일
[제작일기] 다큐영화 <1975.김상진> 시사회
“김상진 영화를 만들자”
2019년.
‘기억에 남는 역사’에서 ‘퍼뜨리기 좋은 역사’로
양심선언문에서 ‘지금’까지
굥의 시대가 김상진열사를 다시 불러내는 요즘.
끝이 보인다. 지난 3년여의 작업 결과를 보름 앞에 둔 현시점, 매 순간 조마조마, 기대 충만이 번갈아 들락거린다. 특히 최종 더빙 및 배경음악, CG, 기본 1인 재연 촬영 등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잘 나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제작총괄(총감독)로 지나온 3년여의 여정이 새삼스럽다 못해 펄펄 뛰어다닌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오둘둘의 막내였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2020년 2월, 관악캠퍼스 현장에서 오둘둘 선배들과 함께 오후 내내 인터뷰 및 심층 촬영을 마치자마자 며칠 후부터 코로나 상황이 온 일. 허망한 일은 다섯 달 뒤, 그해 7월에 갑작스레 돌아가신 일이다.
그럼에도 3년간 갖가지 행사와 민주화운동 관련 에피소드는 전국단위로 꾸준히 찾아다니며 촬영 진행했다. 상황에 맞춰 제작진의 의도와 방향도 업그레이드, 수정 보완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시사회는 영화를 시사하는 모임이다. 영화 개봉 전에 관계자를 초청하여 신작 영화를 미리 보여 주는 것을 말한다. 그 목적에 따라 크게 기술 시사, 배급 시사, 언론 시사, 관객 시사회로 분류할 수 있다. 이달 25일, 광진구 블라인드 아트홀에서 열리는 것은 기술시사회다. 제작진과 김상진기념사업회 내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1차 완성한 영화를 점검하는 차원이다. 영화의 만듦새를 검토하고 개선점을 찾기 위한 작업이므로 내부 관계자 외에는 초청하지 않는다.
여기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봉 전에 보완하여 영화를 최종적으로 완성한다. 제작자, 감독, 촬영 감독, 프로듀서, 투자자, 출연 배우 등 제한적인 인원을 대상으로 한다. 공식적인 외부 시사회는 11월 중, 늦어도 12월 초에 세팅예정이다.
모든 마케팅 작업은 지금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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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권_ 이야기농업연구소장, 농생물 79, 인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농민들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홍보하는 것을 돕는 ‘이야기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2007년 『도시와 통하는 농촌 쇼핑몰 만들기』, 2011년 『이야기 농업』, 2015년 『스토리두잉』 등 세 권의 책을 펴냈다. (ecenter@naver.com
Last modified: 2022-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