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새롭지 않은 새 교육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김현수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정책보좌관, 환경재료과학 08
지난 호에서 이번 정권이 보여줄 공교육의 암울한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후 한 분기가 지나는 동안 사태는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 장관은 ‘만 5세 입학’ 해프닝을 벌이며 전국민적 지탄을 받아 전문성 없음만을 만천하에 드러내며 결국 물러났다. 정권은 어쩔 수 없이 10년 전 장관을 다시 픽업했다. 이번 정권이 ‘도로 MB정권’이라 불리고 있는데, 그 MB정부의 장관을 지낸 이주호를 다시 장관 자리에 내밀었다. 그가 지난 10년간 별다른 귀책사유를 만들지 않았다면, 어렵지 않게 장관 자리에 안착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현 장관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 전 장관은 지난 10년간 의외로 교육계에 머물러왔다. 특히 최근에는 아시아교육협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HTHT(High Touch High Tech)라는 구호를 전파하고 다녔다. 인공지능 튜터를 활용하는 교사들을 양성하여 학생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지극히 교육적인 목표로, 새로운 교육혁신의 방향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 구호에는 진보/보수 할 것 없이 모든 교육감들도 함께 호응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정권에서 새로운 장관이 어떤 새로운 정책을 펼칠까 기대해봄직 하지만, 나는 그가 별로 기대되지 않는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중간에 사퇴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는 여전히 ‘구태’에 머무르고 있었다. 내세운 구호 또한 진부했다. 자사고를 늘려 교육 격차 불평등을 확대시키고, 일제고사를 실시해서 모든 학생과 교사를 한 줄로 세우고 낙인찍기만 한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은 오간데 없었다. 곳곳에서 그가 여전히 교사 혐오를 품고 있음을 짐작 가능케 했다.
학교 현장, 한국 공교육은 지난 수십 년간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왔는데, 이 후보자를 포함한 위정자들은 자신들이 겪어온 과거의 교실만을 생각해서 한국 교육을 바라보고 마음대로 휘둘러왔다.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마찬가지였다. 진짜 여전히 한국 공교육은 말죽거리 잔혹사 속의 폭력적 모습일까?
10년 전,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교육에 대해 예찬했다고 알려졌던 일이 있다. 일부 사람들은 한국이 지식 압축형 교육으로 PISA 성적을 잘 받는 것에 부러움을 표한 것으로만 알고 있는데 이는 명확한 오해다. 조국 장관이나 한동훈 장관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알려진 것처럼, 미국 입시를 위해서는 다양한 비교과적 활동이 강제된다. 입학사정관제라 불리는 이 제도에서 중시되는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수상경력, 각종 활동, 동아리, 소논문 등의 결과물은 결코 교과 수행만으로는 달성 불가능하다. 이같은 미국식, 서구식 입시는 비교과 활동을 강하게 요구함으로써 지식교육에 대한 불균형을 초래했다. 그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것이 오바마의 한국 교육 예찬이었다.
한국 교육은 95년 김영삼 정부의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 방안’, 소위 5.31 교육개혁 이후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주입식 암기교육으로 대표되던 모습은 학교를 더 이상 대표하지 못한다. 서논술형 수행평가는 당연한 교육과정이 되었고, 중간/기말고사에서 주관식 서논술형 문항이 30%이상 필수적으로 출제되고 있다. 교육 왜곡의 정점이라 여겨지는 수능마저도 세간의 편견과 달리 단순암기만으로는 풀어낼 수 없는 사고력 기반 문제로 구성되어있다. 여전히 변하지 않은 치열한 교육열에서 비롯된 무한경쟁은, 한정된 사회적 자원의 분배에 대한 교육 외적 영역에서 유래되는 부작용이지 교육 그 자체가 변하지 않아서 생긴 부작용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대안으로 국제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 도입을 주장한다. 이 후보자도 이번 경기도교육감 인수위원장으로 활약하며 혁신학교 대신 IB학교 도입을 주장했다. IB는 진짜 혁신일까? IB는 스스로를 비영리기관이라 주장하는 스위스 소재 IB 재단에서 ‘판매 중’인 교육 프로그램이다. 유-초-중-고(K-12) 교육과정-평가 전체를 패키지 프로그램으로 팔고 있다. 그들은 전 세계 146개국 3700여 학교 100만 명 이상의 학생이 이수 중인 프로그램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름이 가져다주는 느낌과는 달리 프랑스 대입으로 유명한 바칼로레아와는 상관이 없다.
2018년부터 이혜정 박사를 비롯한 일부 인사들이 IB를 팔고 다니면서 수업혁신과 평가혁신의 선진 미래 모형으로 소개하고 다녔다. 이에 실제로 대구교육청과 제주교육청에서 시범학교를 지정하여 도입을 시작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경기교육청은 혁신학교 대신 IB학교를 만든다고 선언했고, 서울교육청도 IB시범도입을 천명했다. 모두가 IB 재단에 세금을 퍼줄 준비를 마치고 있다. 사교육을 근절하겠다면서 세금으로 사교육기관을 먹여 살리겠다는 자가당착이다. 이는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신구의 문제다. 새로운 장관이 될 이주호 후보자도 여전히 옛날 인사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는 인사와 정책은 국제무대를 이끌어가는 선진국 대한민국에 어울리지 않는다.
아마 여러 정황으로 보았을 때 이 후보자는 청문회를 무탈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지난 몇 년간 천착해온 HTHT를 장관으로서 잘 이끌어가기를 바란다. 그 이외 과거의 잘못을 다시 반복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자사고는 평준화되어 일반고로 전환되어야 한다. 박정희 정권 때부터 진행해온 고교 평준화가 50년이 지나서도 완성되지 못한 것은 반성해야 한다. 학교 간 서열이 아닌 학내에서 다양성을 만들어줄 고교 학점제 도입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일제고사를 통해 학생과 교사를 줄 세우고 타박하는데서 멈췄던 과거와 달리, HTHT를 통해 말했던 맞춤형 처방을 제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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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_ 농대 학회 ‘농학’에서 활동했으며 농대 부회장을 역임했다. 학부 졸업 후 교육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 과정을 마쳤다. 교육협동조합 아카데미쿱을 설립하여 활동하다가 현재는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정책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edukhs1@gmail.com)
Last modified: 2022-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