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12:56 오후 130호(2022.10)

청년, 미래를 꿈꾸다
어쩌다 독서모임

어쩌다 독서모임

김수현 청년협동조합 밥꿈 대표, 농경제사회학부 08

몇 달 전부터 제가 살고 있는 세종시 동네에서 독서모임을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모임을 만들게 된 데에는 ‘어쩌다 보니’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는 우연적인 일들이 있었습니다. 진주에서 청년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늘 행사와 모임을 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다가 세종시로 이사를 오고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 그럴 일이 없어졌습니다. 지금은 매우 바빠서 주말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지만 당시에는 조금 시간 여유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세종시에 사는 대학시절 후배, 배우자의 직장동료 등 소수 지인들과 작은 책모임을 만들고 문화체육관광부의 독서동아리 지원사업에 참여하였습니다. 관심사가 비슷한 4~5명이서 아주 가끔 책을 핑계로 모여 수다나 떨려고 했는데 2~3명이 이직 등을 이유로 모임이 어려워졌고, 지원금을 받았으니 모임은 해야 해서 아예 오픈된 독서모임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인근에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으로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 오픈된 독서모임을 만들기 위해 홍보를 하려고 하니 어디에 해야 할지 조차 알 수가 없었습니다. 대학생 시절이라면 디자인 프로그램으로 뚝딱 포스터를 만들어 인쇄해서 학교 곳곳에 붙이고 다녔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없고요….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아봤지만 대부분이 여성만 가입할 수 있는 맘카페여서 배우자의 아이디로 가입해봤지만 올라오는 글들은 부동산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소모임’이라는 모임 애플리케이션을 알게 되어 모임을 개설하고 진행하고 후기를 올리고 관리를 하다 보니 30명 넘는 사람들이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꾸준하게 2주에 한 번씩 책을 읽고 모임을 하고, 운영진을 꾸리고,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이제 송년회까지 구상하고 있습니다. 20대에 몸으로 배운 조직운영을 이렇게 소소하게 써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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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까지 또래들로 비슷하면서도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입니다. 국책연구원을 비롯해 공공기관이 많은 세종시이다 보니 연구직이 많아서 비슷하게도 볼 수 있지만 그 안에서도 과학기술, 인문사회, 경제 다양합니다. 또한 연구직 외에도 자영업, 교사, 공무원, 일반 회사원 등 여러 직업군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직업도 성격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다 보면 조금이나마 나의 시야와 세계가 넓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회원들의 추천을 통해 지정도서를 정해 읽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소소한 좋은 점입니다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소설과 에세이만 주로 읽고 사회학, 사회문제에 관심이 대단히 적다는 것은 조금 놀라웠습니다.

1995년 시카고 폭염 사건을 사회적으로 조망한 ‘폭염 사회(에릭 클라이넨버그)’를 읽고 토론했을 때 한 참가자는 ‘내가 이런 책을 읽는 사람이다’라는 마음이 들어 뿌듯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어찌 보면 지적 허영이라 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저는 생활인이 사회에 관심을 넓혀가는 과정이라 해석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모임을 하며 느끼는 것은 사람들에겐 적절한 거리가 유지되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집과 회사가 아닌 제3의 공간, 직장과 가족, 아주 가까운 친구가 아닌 커뮤니티가 새로운 경험과 활력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당분간은 재미있게 독서모임을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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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_ 농경제사회학부 08학번. 청년협동조합 밥꿈 대표. 뭘 하면 좋을까 새로운 꿍꿍이에 골몰하며 내성적인 주제에 계속 사람들을 모으고 커뮤니티, 공동체를 꿈꿉니다. 청년, 사회적 경제, 지역, 마을자치 오만가지 관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Last modified: 2022-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