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oCO 회원국, 21세기 첫 독립국 동티모르를 가다
최성호 아시아 산림협력기구 프로젝트 매니저, 산림자원 92
이번 글에서는 인도네시아 발리섬과 호주 사이에 위치한 우리나라 강원도보다 조금 작은 섬나라인 동티모르를 소개하고자 한다.
동티모르의 정식 국가 명칭은 동티모르민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Timor-Leste)으로 ‘Teste’는 포르투갈어로 동쪽을 뜻하며 우리는 흔히 동티모르라고 부른다. 지리적으로 태평양과 인도양 티모르섬 동부와 인근의 작은 섬인 캄빙·자코섬, 판테마카사르 시를 껴안고 있는 티모르섬 서북 해안의 오쿠시 암베노로 이루어져 있다. 동티모르는 인구 130만 명의 작은 국가이지만, 지리적으로 미국과 중국, 인도네시아와 호주 사이에서 정치, 군사적 국제 관계가 집중되기도 한다. 동티모르는 2015년에 출범한 ASEAN 10개국 공동체에 지속적으로 가입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옵서버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동티모르에는테툼족(33%)·맘바이족(12%)·케마크족(10%)·마카사이족(8%)·갈롤리족(8%)·토코데데족(8%) 등 36개 이상의 다양한 종족이 살고 있다. 태툼어와 포르투갈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며 인구의 90%가 로마 가톨릭교 신자이다.
동티모르는 몬순(Monsoon) 기후대로 건기는 4월부터 10월까지, 우기는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이다. 동티모르는 바다가 융기하여 생긴 섬으로 전 국토의 76.4%가 급경사의 산악 지형이고 산악 700m 고지대에서 재배하는 커피가 주산업이다. 일부 평지에서는 옥수수와 고구마를 주로 생산한다.
동티모르는 참 슬픈 역사를 가진 국가이기도 하다. 1520년부터 약 400여 년간 포르투갈의 지배하에서 벗어나 1975년 독립을 선언하였으나 인도네시아의 침공으로 강제 점령된 후 독립투쟁을 벌여왔다. 1999년 유엔(UN)의 개입으로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에 대한 찬반투표 실시하여 78.5%의 찬성으로 2000년 3월에 임시정부가 수립되었다. 2002년 5월 20일 인도네시아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21세기 첫 독립 국가가 되었다. 유엔이 들어와 동티모르에서 역할을 하기 이전의 시기는 사실 친인도네시아계와 반인도네시아계 사이에서 투쟁과 학살, 분쟁의 시기였다. 동티모르에는 1999년 우리 상록수 부대가 파병되어 2003년 철수하기까지 다양한 작전과 활동을 전개하여 이 나라 독립에 크게 기여하였다. 특히 박진규 중령 등 5명의 우리 군인이 순직하여 그 기념비가 오쿠시 시에 건립되었다.
<표1. 동티모르 국가개요>
구 분 | 내 용 |
국가명 | 동티모르민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Timor-Leste) |
위치 | 인도양 티모르섬 동부 |
면적 | 14,954㎢ |
인구 | 1,365,995명 (2022년 추계) |
기후 | 건조한 열대기후 |
수도 | 딜리 |
언어 | 태툼어, 포르투갈어 |
종교 | 로마카톨릭(90%), 이슬람교(4%), 개신교 |
민족 | 파우아인, 오스트로네시아인, 소수중국인 |
동티모르는 2018년 설립된 아시아산림협력기구(Asian Forest Cooperation Organization, AFoCO)의 창립회원이기도 하다.
2020년 전 세계적인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으로 인해 비행기 길이 끊어진 이후 2년 만에 처음으로 동티모르를 방문하게 되었다. 아쉽게도 한국과 동티모르 간에는 직항편이 없어 한국에서 최단거리로 동티모르로 가기 위해서는 인천공항에서 싱가포르, 발리, 자카르타의 3개 도시 중 한 곳을 경유해야 한다. 우리 팀도 인천을 출발하여 새벽에 발리에 도착해서 3시간 쪽잠을 잔 후 이른 아침 1시간 40분 비행기를 타고 드디어 동티모르에 도착했다. 동티모르 도착까지 참으로 긴 여정으로 도착 전부터 진이 다 빠진 기분이다. 인도네시아 발리만 하더라도 휴양도시로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도시였는데, 동티모르의 국경을 넘자마자 시야에 들어오는 주변 환경의 모습이 우리나라의 1960~70년대의 환경을 연상케 한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동티모르에서 진행 중인 AFoCO 사업을 모니터링하고 동티모르 정부와 국제협력사업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다. AFoCO는 기후변화 및 산림복원 등 국제적 산림 현안에 대한 공동 대응과 아시아 국가 간 산림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동티모르에서 2개의 국제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첫째 사업은 동티모르에서 혼농임업 모델 개발을 통해 지역 주민의 소득을 향상하는 것이고, 둘째 사업은 황폐된 산림녹화로 동티모르의 산림복원에 기여하는 것이다.
다음날 첫 번째 일정으로 동티모르 산림청과 농림부를 방문했다. 동티모르 농림부 장관께서는 “AFoCO의 동티모르 국제협력 사업 지원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동티모르는 정부 차원의 능력배양과 국제협력사업의 추진을 위해 앞으로도 AFoCO의 지속적인 지원을 부탁한다.”라고 언급했다. 농림부를 방문하고 난 후 딜리에서 동서로 연결되는 북부 해안도로를 달려 AFoCO 사업지가 위치한 동티모르 서쪽 끝의 리키사 지역으로 향했다.
우연의 일치인가 아니면 세상이 좁은 것인가? 리키사 지역의 AFoCO 사업지로 가던 중 동티모르에서 한국의 제주를 만나게 되었다. 2015년 제주특별자치도는 산림황폐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동티모르 리키사 주 지역에 3만㎡ 면적으로 ‘제주-동티모르 우호의 숲’을 조성했다. 이 머나먼 이국땅에서 한국을 만나게 되니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기도 하고 한국의 높은 위상을 새삼 느끼게 된다. 제주-동티모르 우호의 숲을 토대로 앞으로 한국과 동티모르 간의 협력이 지속되기를 희망한다.
건기가 절정으로 다다른 8월, 35도 이상의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리키사 지역의 6개 AFoCO 사업지에서 혼농임업 모델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농부는 금년도에는 6천 평의 땅에서 옥수수를 재배하여 2,000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렸다며 자랑스러워한다. 우기가 찾아오면 다시 옥수수와 농작물을 심을 기대감에 벌써 부풀어 있다. 이 사업을 위해 AFoCO의 협력파트너인 국제산림협력센터(CIFOR)의 연구원이 매분기 동티모르를 방문해서 사업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동티모르 산림청 및 농부들에게 전달하여 성공적인 사업수행을 돕고 있다.
셋째 날, 동티모르 동쪽의 북부 해안도로를 달려 두 번째 사업지인 마나뚜뚜 지역으로 향했다.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바라본 동티모르의 산림은 한국의 70년대 헐벗은 산림을 보는 듯하다. 마을의 인접해 있는 산은 사람들이 땔감으로 사용하는 관계로 산림은 더욱 황폐해 있었다. 마나뚜뚜 지역은 해안가를 따라 건조하고 황폐된 산림이 끊임없이 펼쳐져 있다. 우리를 안내한 마나뚜뚜 군수는 이 지역에는 무엇보다도 산림복원이 필요한 곳이라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AFoCO 산림복원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2-3년 후 이 지역이 유칼립투스를 비롯한 활엽수가 들어찬 푸르른 녹지로 변해있을 것이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어느덧 동티모르의 방문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딜리 해안가에 위치한 대사관 거리를 달려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향후 AFoCO 사업의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김정호 대사님은 “동티모르는 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국가로서 정부 인력의 능력배양, 헐벗은 지역의 산림녹화 및 한국의 녹화 기술 전수, 국가의 근간인 커피산업의 발전이 무엇보다도 요구되며, 이를 위해 AFoCO 측에 동티모르 국제개발 협력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비록 짧은 여정이었지만 동티모르 방문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독립한 지 20여 년이 지난 국가 동티모르에 과연 국제기구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깊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은 1970년대부터 독일로부터 임업기술을 전수받아 산림분야의 능력을 배양시켰고 산림의 녹화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대한민국의 성공적인 산림녹화 기술을 회원국에 전수해 주는 것은 AFoCO의 설립 목적 중 하나이다. 그 설립 목적에 맞게 우선 동티모르 국가의 역량개발에 집중해서 산림관리 조직을 설립해서 국가의 산림관리를 강화하고 산림복원 사업을 통해 황폐해진 산림을 녹화시키는 것에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아세안 국가들과의 발전 격차를 줄이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더 나아가 기후변화에 대응과 탄소중립이 더욱 강조되는 요즘, REDD+(온실가스감축) 사업이 동티모르 국가를 대상으로 추진되면 동티모르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매년 젊은 세대를 인도네시아 등 해외로 보내고 있는 동티모르를 볼 때 향후 동티모르의 앞날은 밝은 것으로 기대된다.
끝으로 동티모르를 여행하고 싶은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동티모르는 관광시설 및 편의시설이 거의 없어 편안하고 안락한 여행을 기대할 수 없다. 대신 높고 험준한 산, 코발트색의 푸른 바다, 오염이 전혀 없는 시원한 바닷바람 및 해안가, 맛난 현지 음식, 순박한 현지인들의 생활, 그윽한 향기를 간직한 동티모르 커피를 기대하는 분들에게 동티모르 방문은 깊은 인상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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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호_ 서울대학교 산림환경전공 대학원을 졸업한 후 현재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에서 근무중이다.(quercus1@hanmail.net)
Last modified: 2022-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