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이 역사로부터 걸어 나왔습니다.
안병권 이야기농업연구소장, 농생물 79
2022년 7월 12일
[제작일기] 김상진열사 추도식(1975년)현장 인터뷰_광주일고
광주제일고등학교에 인터뷰 및 스케치 촬영 다녀왔습니다.
1975년 4월 11일, 김상진열사가 떠나시고 나흘뒤 4월 15일, 전남 광주일고에서 김상진추모집회가 열립니다. 1명이 제적당하고 7명이 무기정학에 처해집니다. 이 여파는 각성한 다른 학우들의 5월 1일 대규모 반유신 시위로 전개·기획됩니다. 그러나 하루 전날 발각되어 16명 제적 등 무더기 학사징계에 처해졌던 그 주역들을 인터뷰했습니다.
2022년 6월 22일
[제작일기] 광주일고의 김상진열사 추도식을 아십니까?
유신독재정권 탄압으로 대학가에 침묵이 강요되어 정적이 흐르던 시기, 1975년 4월 11일, 서울농대생 김상진이 유신철페 주장하며 할복자결했다. 시위조짐이 있는 대학은 긴급 휴교조처되었다. 유신헌법에 따라 작동된 긴급조치1호, 4호, 7호, 9호등에 의해서다. 정부와 유신헌법을 반대·비방하면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제적, 휴교가 가능하던 시기의 일이다.
결혼직전인 형과 자취생활을 하던 박석면(광주일고 3학년)은 주말 아침에 형으로부터 서울대에서 유신철폐를 주장하는 김상진학생의 할복자결 소식을 듣는다. 이대로 있을 수가 없다 싶어 친한 친구들과 추모식을 거행하기로 결정, 추도사를 쓴다. 2~3일간의 우여곡절을 거쳐 4월 15일, 학교 운동장에서 추도사를 낭독하고 스크럼을 짜고 추모집회를 여는데….
다큐<1975.김상진>은
1. 시대 표출 1960년대 후반~1970년대, 2. 김상진의 살아생전, 3. 이어지는 김상진, 이렇게 3 섹션이 번갈아 꿰매지며 판을 끌어가는데, 광주일고 4.15추도식과 그분들의 이후 여정은 중요한 에피소드로 작동할 것이다.
역사는 ‘지나간 과거’가 아니다. ‘올바르게 인식’하는 순간 ‘미래의 설계’가 된다.
김상진의 죽음. 광주일고생들의 추모. 그리고 그 분들의 이어지는 삶 결.
김상진 다큐는 지난 역사를 올바르게 들여다보는 것. 지금의 시선으로 재미있고 의미지게.
다시 민주주의.
2022년 6월 20일
[제작일기] 다큐영화 <1975.김상진> 제작회의
제작진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오늘 경기상상캠퍼스(옛 서울농대)에서 제작회의를 진행했다. 후반부 일정을 조율하고, 변화된 상황 검토 및 시나리오 반영 논의, 1차 가편집본 검토 등을 진행했다. 몇시간동안 깊숙이 의논하고 향후 스케줄을 잡았다.
회의를 마치고 대강당 올라가는 계단에 앉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의거 현장 잔디밭으로 걸어 내려왔다. 이호선 선배님 증언에 의하면 1975년 4월 11일, 두 분은 계단 꺾어지는 곳에 앉아 학우들이 모여드는 모습 지켜보면서 집회 준비상황 점검했다. 이호선 선배가 먼저 내려와서 대열에 합류했고 얼마 후 곤색바지에 하얀색 롱티셔츠 차림의 김상진이 잔디밭으로 나가 양심선언문을 낭독하게 되는데….
그는 그 계단에서 여기까지 걸어가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곰곰이 열사의 뜻을 짐작해보았다.
다시 민주주의.
2022년 6월 7일
[제작일기] 이어지는 김상진
저는 1980년생인데요. 어릴 때 부천에서 살았습니다. 일고 여덟 살쯤 때인가요? 최루탄을 맞고 눈물, 콧물 범벅이던 것, 그게 제가 기억하는 데모의 마지막 기억입니다.
저도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서 민주화운동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배 세대들의 희생으로 우리가 누리고 있다’라는 사실을 편협하게 알고 있었고,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는지 알려주는 사람들도 없었습니다. 저 또한 노력을 들여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인연으로 다큐<1975.김상진> 제작진과 당시 열사와 함께 상황을 도모했던 분들의 비대면 인터뷰를 위해 아버지가 계신 중국과 한국을 연결하는 셋팅을 해드리면서 김상진열사에 관한 생생한 증언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열사가 가신 수원캠퍼스 현장에서 아버지와 함께한 분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 쉽게 어떤 말을 해도 괜찮은 세상이 바로 얻어진 것이 아니구나 깨달았습니다.
당시에 얼마나 힘들게 말을 했을까? 몰래 숨어서, 돌아오는 처벌을 감수하고 외친 거잖아요. 심지어 열사는 목숨까지 바친 거잖아요. 그런 용기와 헌신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인터뷰- 김영호(축산과 70학번)님의 아들 김희겸
오전엔 단비가, 오후 들어 수원캠퍼스 대강당과 본관 하늘은 왠지 모를 서러움으로 뚝뚝…. 미치도록 푸르렀습니다. 한참 쳐다보다가 나도 모르게 푸르른 20대 ‘청춘’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그 순간 1975년 4월 11일, 오전 11시경 대강당 우측 계단으로 김상진(26살, 축산과 복학생)이 하얀 롱티셔츠에 곤색 바지를 입고 내려와 백양나무앞 잔디밭으로 걸어와 300여 명의 학우들 앞에 섰습니다.
난 울컥! 선배를 껴안았습니다. 그리고 두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형님, 다큐 마무리 단계입니다. 의미롭고 재미지게…. 도와주실 거죠?”
“물론이지, 내 인생도 새로워지는 느낌이 들어 좋네”
“오늘은 친구도 오고, 후배들도 보이고…. 반가워라”
김상진열사를 기리는 가족한마당 겸 열사와 함께 당시대를 아파하고 고민했던 당사자들을 인터뷰하는 날.
다큐<1975.김상진> 제작진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집된 열사 할복 의거 당일 앞뒤 상황을 함께 실행했던 선배들의 생생한 증언을 인터뷰로 담았다.
이호선(축산과69, 열사와 보성고 동기로 한해 늦게 입학), 한왕범(축산과 73, 당일 열사 바로옆에서 소니소형녹음기로 양신선언문 낭독 녹음 후 각지로 배포), 김희겸(축산과70 김영호선배의 아들)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김영호선배는 중국현지에서 인터뷰 촬영후 제작진에게 보내오기로 하다.
제작진은 열사의 살아생전과 오둘둘씬을 애니메이션으로 작업중이다. 그날의 상황을 엄밀하게 검토하고 또 확인하고 최대한 크로스 체크해서 팩트에 기반해서 그림을 그릴 생각이다. 또 그날의 상황을 생생한 영상기록으로 남겨 후일 또 누군가가 ‘민주주의 불꽃’ 김상진 열사를 스토리텔링할 때 가져다 쓰도록 하기 위함이다.
2022년 6월 2일
[제작일기] ‘시대정신’이 역사로부터 걸어 나왔습니다.
선거가 한창이던 6월 1일, 오후 2시부터 3시간.
다큐<1975.김상진> 제작진은 최윤재 교수의 중재로 47년 전, 1975년 4월 11일, 김상진열사와 함께 시위를 기획·준비·실행한 선배들 심층 인터뷰를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69학번 이호선 선배(열사와 보성고 동기), 71학번 한경호 선배(목사), 73학번 최윤재 교수, 중국에 계신 70학번 김영호 선배, 김영호 선배 아들 김희겸 대표, 장영철 감독, 안병권 제작·총감독 등 7명이 참여해 생생하기 그지없는 증언을 들었다.
한평생 자랑이면서 마음의 빚을 안고 살아오신 선배들은 중간중간 눈시울을 붉혔다. 대강당 앞 잔디밭에서 김상진이 낭독하는 양심선언문을 듣고 있는 듯했다. 눈에 선하다. 제작자이자 총감독으로 수십·수백 번 그려본 정황이라 선배들이 건져 올리는 기억은 마디마디 파편으로 다가와 구체적인 시간과 공간으로 궤 맞춤을 했다.
김영호 선배가 글을 남겨주셨다.
김상진 열사의 발자취는 민주화의 긴 여정 속에 큰 획을 긋는 대사건이오, 든든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셨습니다.
현장에 있었던 우리는 함께 했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후배들의 협조와 끊임없는 실천 의지로,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김상진기념사업회를 이끌어온 임원진과 후배들의 큰 역할이 자랑스럽습니다.
현세와 후세들이 누리는 민주화의 열매는 많은 사람의 부단한 노력과 희생으로 이뤄졌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상진열사의 숭고한 뜻이 오롯이 필름에 담길 수 있도록,
우리 안병권 소장님과 장영철 감독님의 분발과 수고를 기대합니다.
2022년 5월 22일
[제작일기]
누가 뭐라든 내게는 살아있는 전설.
오둘둘 선배님들.
오둘둘 47주년, 김상진기념사업회는 인사동 풍류사랑에서 선배들을 모시고 술 한잔 올리면서 존경과 사랑을 표했다.
선배님에게 김상진열사는 어떤 의미인가요?
당시 20대 청년학생들, 지금은 70을 바라보거나 70을 훌넘어가는 선배들에게 물었다.
“올바른 길을 가다 죽으면 그때 그 나이가 평생, 영원한 거거든!” “유관순 누나처럼”
그렇게 시작된 초등학교 어느 선생님의 지혜로운 이야기가 잔잔하게 감흥을 일으켰다.
김상진은 ‘영원한 청춘’이고
오둘둘은 ‘살아있는 김상진’입니다.
선배들의 건강 건강 그저 건강을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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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권_ 이야기농업연구소장, 농생물 79, 인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농민들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홍보하는 것을 돕는 ‘이야기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2007년 『도시와 통하는 농촌 쇼핑몰 만들기』, 2011년 『이야기 농업』, 2015년 『스토리두잉』 등 세 권의 책을 펴냈다. (ecenter@naver.com)
Last modified: 2022-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