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공원 마로니에공원에서 낭만을 말하다.
박애란 전 평택여고 교사, 후원회원
안녕하세요? 핑크레이디 박애란이에요. 오늘 강의 제목은 “시와 음악으로 마음밭을 가꾸자”예요. 우선 제가 좋아하는 시를 낭송하겠어요.
서시(序詩)
윤동주(尹東柱)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제가 감히 ‘순결한 영혼’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낭송했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제가 평생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며 서시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입니다. 사실 그는 저를 여러 번 눈물짓게 한 시인입니다. 27세 젊은 나이에 일본인에 의해 목숨을 빼앗긴 그의 이슬처럼 맑은 얼굴이 저를 여러 번 울렸거든요. 그냥 그의 모습을 쳐다보면 눈물이 났어요. 아무 죄 없는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일본이 너무 싫고 미웠어요.
인어공주는 사람이 너무 되고 싶었어요. 그런 그녀에게 마녀는 조건을 걸었어요. 그녀가 사랑하는 왕자님을 해치면 사람이 되어 걸을 수 있다고요. 그러나 인어공주는 결국 왕자님을 해치지 않고 자신이 죽어 물거품이 되는 길을 택했어요. 그녀의 안타깝지만 아름다운 사랑이 저를 눈물짓게 했지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저는 이제까지 사람과의 관계에서 수많은 상처를 입으면서도 끝까지 사람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저의 이런 기질은 서둔 야학 시절에 생겼습니다. 제게 사람에 대한 신뢰감과 사랑을 심어주신 분들은 서둔 야학 선생님들입니다.
이제 생각해보니 “제 삶의 최고의 행운”은 서둔 야학 선생님들을 만난 일입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서둔 야학의 특별히 차별화된 수업을 받지 못했을 테니까요.
어느 시인(권력에 아부한 그의 인성 때문에 밝히고 싶지 않은)은 자신을 키워준 것은 팔 할이 바람이라고 했습니다. 저를 키워준 것은 팔 할이 책과 서둔 야학 선생님들입니다. 가난해서 중학교 진학을 못 했던 14세의 제가 들어간 곳은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인근에 있는 서둔 야학이었습니다. 서둔 야학 선생님들은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생들이었습니다.
“제게 세상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사람의 아름다움을 알게 해 주신 분들은 서둔 야학 은사님들입니다.”
야학 선생님들은 그야말로 사랑과 순수와 열정으로 야학생들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주로 대학교 1, 2학년이었던 야학 선생님들은 다분히 낭만주의 성향이 강했어요. 가난과 부모의 무관심으로 방치된 야학생들의 황폐해진 마음 밭을 가꿀 수 있는 수업을 해주셨어요. 주로 문학과 음악수업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 덕분에 서둔 야학 시절 이후로 평생 문학과 음악이 제 친구가 됐답니다.
여러분 오늘 여러분은 자신의 마음 밭을 가꾸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저는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좋은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밭에 거름을 주고 잡풀을 뽑아주지 않으면 황폐해지듯이 우리의 마음밭도 가꾸지 않으면 거칠어지겠지요.
교직 시절 오래전 서둔야학 은사님들의 야학생들에 대한 가르침을 기억합니다. 야학 선생님들은 야학생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기울여주셨고 시와 음악으로 마음밭을 곱게 가꿔주려고 노력하셨어요. 결론은 났지요.
“교육은 관심과 사랑이고, 마음밭을 곱게 가꿔주는 일이지요.”
여러분 사람을 깊이 좋아해 본 적이 있나요? 저는 서둔 야학 시절 야학 선생님들을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영혼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렸어요.
서둔 야학은 우리 집에서 20분 정도의 거리에 있었어요. 걸어서 가다 보면 연습림 소나무 숲길이 나왔어요. 눈이 작으면서도 겁이 엄청 많은 저는 숲길을 걸어서 야학에 갈 때마다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세상의 온갖 유령과 귀신이 다 몰려와서 저를 괴롭혔거든요.
“아휴 무서워! 언제 다 가지!”
무서워서 막 뛰어갔어요. 그런데 뛰어간 이유가 하나가 아니었어요.
빨리 가서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얼른 선생님들을 보고 싶었어요.
어제도 만났고 조금 있으면 만날 수 있었지만 그 새를 못 참아서 막 뛰어갔어요. 여러분도 누군가를 빨리 보고 싶어서 뛰어간 적이 있나요?
제 추억의 골짜기에 가장 아름답게 남아 있는 것은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서둔 야학 수업이 끝나면 밤 10시가 넘었어요. 선생님들은 야학생들의 안전이 염려되어 꼭 집까지 데려다주셨어요. 그때 연습림 숲길을 걸으며 우리들은 다 같이 노래를 불렀어요. 가고파, 등대지기, 수선화, 달밤, 그네 등 우리의 가곡과 미국 민요 스와니 강, 아름다운 꿈, 친구의 이별 등을 다 같이 부르며 집으로 갔지요. 그 곡들이 야학생들의 가슴에 얼마나 아름답게 남아있을지 짐작이 가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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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애란 _ 선생은 서둔 야학 시절 야학생과 교사로서 맺은 인연을 누구보다도 소중히 여기며 본회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평택에서 어릴 적 꿈이었던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다 은퇴하였다. 2019년 서둔 야학 이야기를 엮은 책 『사랑 하나 그리움 둘』을 출간하였고 유튜브 ‘사랑 하나 박애란 TV’ 채널에 서둔 야학 이야기를 연속 제작해서 올릴 예정이다.
Last modified: 2022-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