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2:31 오후 129호(2022.07)

기고-선거이후
떨어진 도의원 후보 이영수입니다.^^

떨어진 도의원 후보 이영수입니다.^^

이영수 더불어민주당 영천·청도 지역위원장, 사람사는농원 원장, 농사교 94

<편집자 주> 15년 동안 복숭아 농사를 지으며 마을 이장을 지내던 이영수 회원이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에 경북 영천 도의원으로 출마했다. 농사꾼의 마음으로 경상도 자같밭에서 희망의 씨앗을 뿌려 보겠다며 출마한 이영수 회원은 민주당 지지율이 15.8%인 영천에서 36.7%를 득표, 경북 민주당 출마자 중 최다 득표율을 기록했다. 아쉽게 낙선하였으니 이번 선거의 목표는 향후 10여 년 정치활동을 하는 뿌리를 내리는 것이었다는 이영수 회원의 선거과정에 대한 소회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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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떨어진 도의원 후보 이영수입니다^^

36.7%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받은 저의 득표율입니다.

지역 유력 일간지에서도 혼전이라고 예측할 정도로 당선되거나 지더라도 근소한 표차일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생각보다 표차가 많이 났습니다. 오랫동안 선거운동에 관록있는 분들조차 예상과 다른 결과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곳 경상도에서 결코 적은 득표율이 아니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치러진 선거라 집권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분위기와 민주당의 헛발질에 실망한 국민들이 투표장에 나가지 않아 투표율이 대폭 떨어지면서 전국적으로 민주당 후보들은 완패를 했습니다. 영천만 하더라도 3명의 시의원을 당선시켰던 지난 선거와 달리 이번에는 민주당 의원이 모조리 떨어졌습니다. 36.7%의 득표율은 대구경북의 200여 명의 민주당 출마자 중 최다 득표율입니다.

사실 저는 불과 몇 개 월 전까지만 해도 당적을 가져 본 적이 없었습니다. 농민운동을 하는데 당적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정치를 외면하고는 농업농촌이 제 가치를 인정받고 농민들도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을 실현시키기 어렵겠다는 판단에 올 초 대선 직전 인재영입 형태로 민주당에 입당하게 되었습니다.

민주당 입당을 하면서 시장에 출마하라는 제안도 받았지만, 이번 선거에서의 목표는 정치인 이영수로서 뿌리를 잘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당내 상황과 지역 여건을 고려하여 도의원에 출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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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는 도농복합 지역으로 도시지역의 유권자가 훨씬 많아 선거 초기에는 농민운동만 해 온 저로서는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통장협의회 회의에 인사를 가도 평소 친분이 있는 사람들조차도 지역 분위기 때문에 저와 눈 마주치기도 꺼려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간의 활동에 대한 우호적 평가와 서울대 출신이라는 호기심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방 일꾼 뽑는데 당이 무슨 소용 있노? 일 할 수 있는 인물 보고 뽑자’라는 이야기들이 돌기 시작했고, 어느 모임을 가든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쑥스러운 이야기지만 심지어 어린애들 사이에 ‘이영수가 우리 우상이다.’라는 말이 돌 정도로 분에 넘치는 관심과 지지를 받았습니다. 영천에서도 ‘이영수가 일 한 번 내겠다’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렸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자정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에도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자꾸 힘이 났습니다.

기대와 달리 낙선했지만 우리 부부는 크게 낙담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 부부의 얼굴을 보면 당선된 줄 알겠다는 우스갯소리도 했습니다. 선거에서 지면 사람들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으로 잠이 안 온다는데 우리 부부는 실망감보다는 고마운 마음이 더 컸습니다.

농민운동만 하다가 선거 직전에 입당해 두 달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영천시민들이 보여줬던 관심과 사랑은 기대 이상이었고 우리도 모르는 사람이 곳곳에서 이영수 선거운동을 해 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이영수 때문에 평생 파란당 처음 찍었다는 분들이 곳곳에 계셨고, 실제로 개표에 참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러 장이 함께 접혀 있는데 이영수만 빼고 다 빨간당을 찍은 표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에게 지난 선거는 너무나 고마운 선거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이영수 때문에 평생 파란당 처음 찍었다는 지지자들에게 또다시 좌절감을 드린 건 아닌지 그게 죄송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런 고마운 마음을 담아 해단식을 조금 특별하게 했습니다. 일명 ‘떨어진 도의원 후보 이영수의 시와 음악이 있는 해단식’을 공원에서 했습니다. 그저 선거를 도와줬던 분들과 함께 조촐하게 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15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깜짝 놀랐습니다. 아직까지 식당에 가도 뽑았는데 안됐다며 안타까워하시는 분들을 곳곳에서 만나고 행사장에 낙선 인사를 가도 함께 사진 찍자는 분들도 더러 계십니다. 떨어진 후보치고는 과한 대접을 해주시니 격려라 생각하고 고맙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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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선거가 끝난 지 한 달 남 짓 지났습니다.

생각지도 않게 민주당 지역위원장에 공모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선거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차라리 무소속으로 나왔으면 당선되었을건데’라는 이야기였고, 선거후에도 여전히 ‘다음엔 무소속으로 나와라’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현 지역위원장이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이런저런 상황을 외면하기 어려웠고 좀 더 세상의 중심에서 싸워보자는 생각으로 민주당 지역위원장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부담되는 자리지만 정치를 시작한 만큼 제대로 한 번 해 볼 생각입니다. 지역위원장을 정치행보를 위한 발판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영천시민들이 공감하는 정당 활동으로 지역정치를 제대로 해 보고 싶습니다. 선거 때만 반짝 나와 “표 주십시오.” 할 것이 아니라 봉사활동이라든지 소모임을 통해 일상적으로 시민들과 함께 하는 활동을 통해 시민들에게 친근한 정당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중앙정치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지역에서부터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싶습니다.

지난 선거 과정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려면 민주당이 잘해야 된다는 것과,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랜 양당 정치에 혐오를 느끼는 국민들에게 정치가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다당제가 가능하도록 정치개혁을 하는 것이고, 특히 대구경북지역이 절박한 만큼 경북의 목소리를 이곳 영천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내고 싶습니다.

떨어진 도의원 후보라고 인사하고 다니니 처음에는 웃으시던 분들도 이제는 그 말 쓰지 말고 ‘다음을 준비하는 이영수’ 혹은 ‘칼을 가는 이영수’라고 이야기하라고 하십니다.

그 말을 건네는 분들의 진심이 느껴지기에 고맙습니다.

선후배님들 반갑습니다.

다음을 준비하는 이영수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 이영수회원 (농사교 94) 이메일 주소는 junsaa@naver.com입니다.

Last modified: 2022-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