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8:23 오후 128호(2022.04)

김상진 영화 제작기 11 

선배가 죽어서라도 만들고 싶은 세상은 어떤 세상이었소?

안병권 이야기농업연구소장, 농생물 79

2022년, 다시, 김상진

1975년 김상진_유신정권의 심장을 찌르다

2022년 김상진_굥정권의 심장을 찌르다

.

생각 1

칠흑같은 어두움, 서서히 촛불 하나가 켜지며 밝아진다. 곧 여기저기 밝혀지는 촛불들. 박근혜 탄핵 집회에 참석한 국민들이다.

개딸들의 유쾌·통쾌한 집회, 서초동 검찰개혁, 박근혜 탄핵 촛불이 명박산성 위로 뛰쳐오르는 광화문 시민들 모습으로 바뀐다. 스토리는 이어진다. 노무현 노제 행렬에서 오열하는 시민들이 보이더니 노태우 전두환으로 그리고 박정희까지 분노·시위하는 시민들이 지금과 그때그때를 오고 간다. 40여 년째 그 길을 따라 걷는 나.

폭정, 폭압, 후안무치로 세상이 암흑기인 1970년대, 홀로 깨어있어 우리보다 한 발 앞서간 한 청년이 있었다.

다시 2022년.

시민들의 함성소리가 잦아지며 다시 어두움, 희미한 빛줄기 속에서(얼굴이 보이지 않는) 한 청년의 다리가 뚜벅뚜벅 걸어 나온다. 그 위로 깔리는 청년의 묵직한 육성이 들린다.

“힘들지? 하지만 멈추지 마”

청년의 다리가 계속 어디론가 향한다. 움직임에 따라 점점 드러나는 청년의 전신. 그러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물었다.

“그대는 누구입니까?”

완전한 뒷모습의 청년이 그 목소리에 화답하듯, 문득 멈춰 서서 대답한다.

“나 말인가? ‘시대정신’일세.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정신자세나 태도 말이네.

동시대 사람들의 간절함이 하늘같이 쌓여 만들어지는 궁극이기도 하지.

살아생전엔 김상진이라 불렸다네.

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 앞서는 존재들로 세상에 나타난다네.”

뒷모습의 청년이 서서히 뒤돌아보며 희미하게 미소 짓는다. 따라오라는 듯 손짓한다. 다시 돌아서서 저 멀리 뚜벅뚜벅 걸어가는 청년의 뒷모습에서 생전의 김상진이 보인다.

우리는 어떻게 더 이상 자존을 짓밟혀 불명예스러운 삶을 계속할 것인가?

우리를 대변한 동지들은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에 신음하고 있고, 무고한 백성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가고 있다. 민주주의란 나무는 피를 먹고 살아간다고 한다. 들으라! 동지여! 우리의 숭고한 피를 흩뿌려 이 땅의 영원한 민주주의의 푸른 잎사귀가 번성하도록 할 용기를 그대들은 주저하고 있는가!

들으라! 우리는 유신헌법의 잔인한 폭력성을, 합법을 가장한 유신헌법의 모든 부조리와 악을 고발한다. (중략) 역사는 이러한 사태를 원치 않으나 우리는 하나가 무너지고 또 무너지더라도 무릎 꿇고 사느니 차라리 서서 죽을 것임을 재천명한다.

마지막 육성까지 남기고, 스물여섯 꽃다운 나이로 할복 자결한 김상진 열사.

“선배가 죽어서라도 만들고 싶은 세상은 어떤 세상이었소?”

.

생각 2

굥이 당선된 며칠 후 정근우 김상진기념사업회 회장과 만날 기회가 있어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상진열사가 다시 움직이셔야겠네.”

“그러게 말입니다.”

열사 가신지 올해가 47주기이고 낼모레면 50주기다. 이번 대선의 결과가 순조로웠다면 김기사의 역할과 존재 의미, 역사의 흐름 속에서 열사의 시대정신을 새롭게 아로새길 때가 아닌가 고민할 타임이라고 했다. 반세기의 역사도 중요하지만 우리들은 나이를 먹어가고 하나, 둘 물리적인 시간에도 밀리게 될 테니 역할과 조직을 의미롭게 중간 매듭 짓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 나누었다.

그런데 굥이 들어서게 되었다. 박정희보다도 더 참담하게 시대를 난도질할 게 분명하다. 그러니 다시 시대정신이다. 두 주먹 불끈, 단호하게 한판 붙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땅에 영원한 민주주의가 도래하는 날, 저 지하에서 소리 없는 뜨거운 갈채를 보내겠다는 열사의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생각 3

다큐 <1975.김상진> 제작진행 60%.

열사의 살아생전 애니메이션 작업 중이다. 지난 2년간, 코로나 상황으로 주·조연배우들과 스탭진, 촬영팀들로 전국 영화 세트장이나 현장을 돌면서 드라마(재연_1주일 물량)로 촬영하기 어려웠다. 더 이상 늦출 수도 없다. 더하여 제작비 조달도 만만치 않아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인터뷰, 현장 스케치, 기타 필요한 촬영 일정은 다 마친 상태다.

.

애니메이션 컷은 시나리오를 면밀히 분석하여 묶을 것은 묶고 나눌 것은 나눠서 그리고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뽀로로나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 같은 완벽한 움직임은 전개할 수 없다. 그런 작품들은 제작비가 수억·수십억이 들어간다. 1초당 18~24컷 정도가 연결되어야 그런 동작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도 부분 동작을 넣어서 아주 단조롭지는 않다. 씬별로 일정 정도 남녀 성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겸해 동작을 구현하면서 녹음을 한다. 코로나 펜데믹에서 요즘 넷플릭스에서 나름 의미 있게 조명을 받고 있는 표출 테크닉이다.

여하튼 열사의 26년, 그 짧은 생애를 밀도 있게 구현할 생각이다.

다큐영화는 1970년대를 명징하게 자료화면으로 보여주고, 애니메이션으로 열사의 살아생전을 표출한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뒤를 잇는 미래, 그리고 다시 김상진을 불러내는 장면들로 구성된다. 이 세 가지 영역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90~120분을 끌어간다.

.

4월: 애니메이션 작업 완료(200~250컷)

5월: KTV 시대자료 영상 구매, 편집, 음악 작곡, 선곡, CG, 제작진 1차 시사회

6월: 내부 수정 작업, 2차 시사회(제작진 + 김기사 임원진 + 서민동 임원진 + 핵심 관계자)

6월에 2차 시사회에서 나온 추가 보완사항 작업을 하면서 전체 공개 시사회 일정을 잡을 생각이다.

한 가지 걱정은 제작비 조달 여부다. 앞으로 남은 작업은 제작진의 재능기부나 몸빵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실재 비용을 집행해야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최소 4천만 원, 형편이 된다면 5천만 원 정도가 조달이 되면 마음먹은 후속작업까지 가능하다.

1차 크라우드펀딩으로 2천5백만 원 + 김기사 후원금 5백만 원으로 현장 스케치 및 인터뷰, 심층 촬영을 마쳤다. 현재 7백만 원 정도 모아진 상태다.

다큐영화 함께 만들기

여러분들의 제작 후원 참여를 기다린다.

1193-01-001167(농협)

(사)김상진기념사업회

*개인 및 법인 기부금 영수증 발행 가능

.

.

안병권_ 이야기농업연구소장, 농생물 79, 인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농민들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홍보하는 것을 돕는 ‘이야기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2007년 『도시와 통하는 농촌 쇼핑몰 만들기』, 2011년 『이야기 농업』, 2015년 『스토리두잉』 등 세 권의 책을 펴냈다. (ecenter@naver.com)

Last modified: 2022-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