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열사 추모식을 다녀와서
이상범 (동물생명공학과 학생회장, 동물생명공학전공 17)
오랜만에 햇빛이 땅을 달구던 봄의 어느 날, 농업생명과학대학 학생회장 이민규 학생과 작물생명과학과 부회장 배제명 학생과 함께 김상진 열사 제44주기 추모식에 갔다. 말로만 듣던 행사에 처음으로 참여해봐서 인지 약간의 설렘과 떨림을 가지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사당에서 출발한 버스는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민주화운동기념공원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과 산들바람이 우리를 맞이했다. 본격적으로 행사가 시작되면서 김상진 열사의 묘소 앞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공원 전체가 민주화 운동에 몸 바쳤던 분들의 묘지라서 그런지 행사장 뒤편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비장한 느낌이었다.
행사 중에는 김상진 열사의 양심선언문을 읽는 순서가 있었는데, 이 내용을 처음 접해본 나로서는 굉장히 놀라웠다. 사회의 부조리함을 참을 수 없었던 그의 양심이 느낀 감정과 생각이 온전하게 글로 표현된 양심선언문은 나 스스로의 양심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과연 나의 양심은 살아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1부 행사가 끝나고 2부는 실내에서 진행되었다. 김상진 열사의 가족, 친구 분들의 말씀을 듣고 나니 김상진 열사의 희생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알게 되었다. 사회를 위해서 한 몸 바친 그의 숭고한 희생정신은 그저 인터넷 기사로만 접하던 것과는 차이가 컸다. 그 희생은 나로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행동이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로운 봄은 누군가가 뺏긴 봄을 되찾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처절한 투쟁의 결과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평화로운 시대가 자연스럽게 찾아온 줄 알았던 과거의 내가 부끄러워진 순간이었다. 희생을 말로 하는 것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 희생이 있었기에 현재의 우리가 있는 것인데, 평화로운 시대에 살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게 되는 것 같다.
오늘이 되어서 나는 진정한 양심을 되찾았다. 내가 책과 말로만 접해오던 일은 누군가에게는 현실이었고 힘겨운 결정이었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도산 안창호 선생님 말씀처럼, 과거를 잊어버린다면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는 보장되지 않는다.
행사가 끝나고 다시 버스에 몸을 싣고 서울로 돌아가면서 이제까지 내가 주변에 있는 부조리에 비겁하게 도망쳐 온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침묵을 해결책이라고 여기진 않았는지, 내 손 밖에 일이라고 방관하진 않았는지.
앞으로의 내 행동을 보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김상진 열사는 이러한 부조리에 침묵하지 않았기에 사회를 바꿀 수 있었다. 가볍게 나선 오늘 하루가 무겁고 값진 깨달음으로 마무리될 줄은 몰랐다. 이 깨달음이 나의 대학생활에 많은 도움과 변화를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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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_ 올해 들어 학생회 활동을 시작한지 2년이 되었습니다. 동물생명공학과(옛 축산과) 학부생 회장으로서는 아직 부족하지만 여러 경험을 쌓아 부족한 점을 채워 나가는 중입니다. 밴드 활동을 3년째 하고 있습니다.
Last modified: 2022-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