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현지에서 지켜보니…”
[인터뷰] 맹선배 IBK기업은행 하노이 지점장 (원예 86)
임은경 선구자 편집주간, 농학 95
이번호 인터뷰에는 베트남에 나가 있는 맹선배 기업은행 하노이 지점장이 시간을 내주셨다. 작년 1월에 하노이 근무를 시작한 맹 지점장과 이메일, SNS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인터뷰를 했다. 한국과 인연이 깊은 나라 베트남의 관광지, 음식, 문화에 대한 소개, ‘베트남 국민 영웅’ 박항서 감독 이야기, 그리고 얼마 전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까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지원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는 맹 지점장은 베트남의 경제 사정 등에 대해 귀담아 들을 만한 조언들을 들려주었다.
– 작년 1월에 기업은행 하노이 지점장으로 발령받아 베트남 생활을 시작하신 걸로 들었습니다. 기업은행에는 얼마나 근무하셨고, 하노이 지점장으로서 역점을 두고 계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제가 IBK기업은행에 입사한 것은 1992년 하반기, 군에서 제대한 직후였습니다. 기업은행 근무가 벌써 만 26년이 넘었네요.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국책은행입니다. 농업에 관련된 일을 업으로 삼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우리나라의 기업을 키워가는 은행에서 일하게 된 것은 큰 기쁨이었죠. 향후 기업은행이 농업 관련 기업을 육성하는 데도 제 역할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처음 하노이 지점에 발령받았을 때는 사실 베트남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학창시절에 간략하게 배운 대로,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나라, 민족적 자부심이 강한 나라 정도로만 알고 있었죠. 그러나 베트남에 대한 책과 동영상, 소개 강의노트 등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베트남은 중국 다음으로 한국의 기업들이 제일 많이 투자를 하는 나라이고, 도이 머이 정책(개혁‧개방) 이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따라서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IBK기업은행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하노이에 부임할 때의 마음은 설렘과 긴장으로 무거웠지요.
IBK기업은행은 2005년 호치민에 사무실을 열고 2008년에 처음으로 지점을 세웠습니다. 하노이에는 2013년에 지점을 개설해, 현재 두 곳의 지점에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세 번째 하노이 지점장으로서, 하노이와 인근 지방에 진출한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 안내와 공장설비 자금 및 운영자금 대출, 외환업무 등을 돕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주변 공단과 지방에 진출한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 은행 법인을 설립하여 지점을 확대하는 것도 저에게 맡겨진 중요한 역할입니다.
– 베트남은 한국 사람들이 사업이나 관광 목적으로 많이 방문하는 등 우리에게 친숙한 나라입니다. 현지에 직접 살아보며 느끼시는 베트남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하노이에 사는 것의 좋은 점, 혹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 베트남은 참으로 아름답고 매력적인 자연 경관과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1.5배 면적으로 서쪽과 북쪽에 해발 3,000m가 넘는 산이 있으며, 중부도 1,500m 이상의 높은 산과 산맥으로 이어져 있죠. 인도차이나 반도의 동쪽 해안을 차지하고 있어 고산지대의 웅장함과 수려함, 넓은 평야지대의 안온함, 그리고 수려한 강변과 해안선 등을 고루 갖추고 있어 천혜의 관광지가 많은 나라입니다. 또한 ‘자유와 독립보다 귀한 것은 없다’는 신념으로 식민지에서 독립하는 과정에서 가장 유명한 전투가 있었던 디엔비엔푸 지역, 중부 쯔엉 산맥의 호치민 루트, 우리의 서대문 형무소와 같은 호아로 수용소 등 역사적 관광지도 많은 곳이지요.
제가 거주하는 하노이도 천년 수도로서 역사적인 유적이 많습니다. 그리고 항상 더운 여름일 거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사계절이 비교적 뚜렷합니다. 겨울에는 영상 10도 이상의 날씨에도 두꺼운 외투와 모자를 써야하고, 여름에는 섭씨 40도가 넘어가 조금만 거리를 걸어도 셔츠가 흥건히 젖곤 합니다.
하노이에는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가 있는데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쌀국수(퍼보, 퍼가)와 최근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분짜, 넴, 바잉미, 반세오 등 우리 입맛에 맞는 베트남 음식이 많습니다. 5천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식당도 많이 있지요. 하노이 근처에도 관광지가 많은데 하노이에서 차로 2시간 남짓 거리인 하롱베이는 수천의 섬이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간간이 눈이 내리는 해발 3,000m의 사파마을도 고산지대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어 좋습니다.
아쉬운 점은 겨울에는 습도가 높고 대기오염이 심해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셀 수 있을 정도라는 것입니다. 아직 지하철과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이 부족하여 오토바이가 많고, 보험이나 사고처리 등 사회서비스가 미비해 외국인이 승용차를 운전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는 것도 불편한 점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하노이에 한번 와본 한국 사람들은 베트남이 좋아서 다시 오곤 합니다. 20년 이상 거주한 한인들은 베트남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미딩, 쭝화 등 한인 타운도 있어서 거주민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입니다.
– 얼마 전에 하노이에서 개최되었던 북미 정상회담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회담 기간 동안 현지에서 직접 보고 느끼신 현장감은 서울에서 TV만 지켜본 사람들과는 많이 다를 것 같은데요. 현지에서 직접 지켜본 회담 당시의 분위기는 어땠는지요? 그리고 베트남 한인 사회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베트남 한인 사회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는 매우 컸습니다. 베트남 전쟁 이후 도이 머이라는 개혁개방 정책을 펴면서 미국과 화해하고 국제사회와 경제교류를 시작한 베트남의 경제정책은 북한이 도입할 수 있는 좋은 모델로 부각되었죠. 그런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이 열렸으니 기대가 클 수밖에요.
특히 8만 명이 넘는 한인들이 거주하는 하노이와 그 인근 지역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을 그야말로 열렬히 응원했습니다. ‘Oh! Peace in Korea, Oh! Peace in the World’라는 기치를 내걸고 한인회, 하노이 상공회의소, 중소기업연합회 등 주요 단체들이 통합 기자회견을 열어 북미정상회담을 환영했습니다. 한인회에서는 사무실에서 TV를 함께 시청하고 300개 이상의 모자를 준비하여 배포하였습니다.
거리에서의 환영도 생각했지만, 정부에서 안전을 이유로 통제를 해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한인들이 한반도의 전쟁 종식과 평화체제의 시작을 염원하며 회담을 지켜봤지요.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이견만 노출한 채 끝나자 많이 아쉬워했지만, 앞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만간 평화체제로 이행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 베트남에서 박항서 감독님과 만나 함께 사진을 찍으셨더군요. 베트남에서 박 감독의 활약에 대해 한국 사람들의 관심도 지대합니다. 현지에서 느끼는 박항서 감독의 인기는 어떤 수준인지요?
= 베트남에서 박항서 감독의 인기는 남녀노소, 민관을 가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야말로 국민적 영웅이라고 할 수 있죠. 베트남 최고훈장인 노동훈장을 받은 것은 물론, 베트남 광고모델이 되었고요. 한국 사람이 택시를 타거나 식당에 가면 베트남 사람들이 박항서 감독 얘기를 하면서 택시비나 음식값을 깎아주었다고 하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습니다.
박 감독님과 만났을 때 찍은 사진이나 싸인한 티셔츠, 싸인볼 등을 전시한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와 영화, 음악 등 문화 한류에 이어 스포츠 한류가 형성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박항서 감독의 인기는 한국에 대한 인식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박 감독님으로 인해 한국과 베트남의 문화적, 사회적 교류가 한 단계 더 올라섰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박항서 감독님과 자리를 같이할 기회가 있어서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개인적 느낌으로는 오랜 감독 생활에도 소탈하면서 성실함이 배어있고, 선수들을 치켜세워주고 아껴주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매력이 베트남 축구팀을 한마음으로 만들어 더욱 강하게 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 베트남에는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은행도 베트남에 진출하게 된 것으로 들었고요. 요즘 하노이 경제 상황은 어떤지, 그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사정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베트남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가들에게 권하고 싶은 분야를 소개해 주셔도 좋습니다.
=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약 8천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4천 개 이상의 기업이 하노이 지역에 몰려 있습니다. 그 중 대부분이 중소기업이고, 또 그 중에서 제조업이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호치민에 화학 관련 대기업과 섬유 봉제, 가전기업 등 경공업이 주로 진출한 것과 달리, 하노이는 인근의 박닌 지역에 삼성전자 핸드폰 사업부가 진출하면서 협력업체들이 많이 와 있습니다.
이후 약 20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였고 수출을 통한 외화 수입으로 베트남의 만성적 무역적자를 개선하여 외환이 안정되는 데 기여했죠. 하이퐁 지역에 LG전자, 닌빈 지역에 현대차의 합작 자동차 조립공장이 진출하여 북부지역뿐만 아니라 베트남 전체 경제에 활력을 주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2012년 이후 6%대 후반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해 오고 있으며, 작년에는 7% 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루었다고 베트남 정부가 발표하였습니다.
베트남은 한국과 중국, 일본 기업들이 앞 다투어 투자하고 있어 중국 이후 세계의 생산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똑똑하고 부지런하며 손기술이 좋아 생산성이 높습니다. 30세 이하가 전체 인구의 50%를 차지하는 젊은 나라이면서 성인 여성 대부분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여 경제활동 인구가 70%를 넘습니다. 노동력이 풍부해 앞으로 해외진출 기업의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미 진출한 기업들은 대부분 안착에 성공하여 빨리 진출한 것에 대해 만족하고 있습니다. 향후에도 풍부한 농산물, 즉 쌀, 커피, 후추, 노니 등의 가공과 수출 관련 기업, 9천 5백만 명의 인구와 경제 급성장에 따른 교통, 교육, 건강 관련 인프라 및 IT시스템 구축 관련 기업 등도 투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아마 가족분들과 함께 베트남에 가서 살고 계실 것 같은데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가족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저는 군에 입대한 아들과 대학에 다니는 딸이 있는데 각자의 삶이 있어 아쉽게도 가족과 같이 살고 있지는 못합니다. 다만 아내가 1년에 몇 번씩 베트남을 방문하거나, 제가 건강검진 등을 할 때 가끔 한국에 들어가 아이들을 만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습니다.
– 외국에 나가서 한국과 다른 집 구조를 보면 참 신기할 때가 있습니다. 지금 살고 계신 집은 어떤 곳인지, 한국의 집들과 다른 점, 한국에 비해 편리하거나 불편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 하노이에는 고층 아파트가 많이 있는데 저도 거기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구조는 한국과 거의 비슷합니다. 베트남의 단독주택은 3층 건물이 대부분입니다. 직사면체 구조로 입구는 좁고 기다랗고 내부에 계단이 있어 집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 마당이 거의 없다는 것이 한국과 다른 점이죠. 겨울 기온이 영상 10도 이상이기 때문인지 단열을 하지 않고 벽돌로 지은 집이 대부분입니다. 방음에 대해서도 취약한 편이고요. 하지만 통상 천장이 높고 복층 구조인 경우가 많아 시야가 탁 트여 시원한 점은 한국의 집들과 다른 장점입니다.
– 베트남에서 가장 인상 깊게 만난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 북한에 가서 유학생활을 하고 돌아온 베트남인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지방에 사회봉사활동을 갔을 때 만났지요. 베트남은 북한과 수교관계에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 유학을 가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그가 남과 북이 서로 화해하여 잘 살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 베트남은 남북이 길어서 지역마다 음식이나 지역색이 많이 다르다고 하더군요. 베트남 여행을 하게 되면 이곳을 한번 가봐라, 하고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으신가요?
= 하롱베이와 다낭은 워낙 잘 알려져 있고,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죠. 이외에도 나짱과 푸구억, 달랏 등이 관광객이 늘고 있는 베트남의 명소입니다. 가볼 곳은 정말 많지만 하노이에 오신다면 짱안을 권하고 싶습니다. 하노이에서 차로 1시간 반 거리이고, 나룻배로 강을 유람하면서 육지의 하롱베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경관을 한적하게 즐길 수 있는 좋은 곳입니다.
– 기타 하시고 싶으신 이야기
= 베트남은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와 역사적인 교류가 있었으나, 현대사에서는 월남 파병이라는 아픈 역사를 만든 나라이기도 합니다. 외교 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선택이기도 했겠지요. 이제 서로의 발전을 위해서는 상호 존중과 협력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베트남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앞으로는 더 늘어날 것입니다.
또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 사람이 16만,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 사람도 역시 16만이라고 합니다. 최근 들어 한국은 물론 베트남에서도 한국 신랑과 베트남 신부의 결혼이 점점 늘고 있어 사돈의 나라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양국 사람들이 서로를 향한 존중과 신뢰를 갖춰, 정치와 경제 및 사회분야에서 평화적 교류의 모범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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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경 _ 대학 졸업 후 인터넷 신문 ‘민중의소리’ 기자로 일했다. 남보다 조금 더 잘하고 가장 즐겁게 하는 일이 글쓰기여서, 아무래도 이것이 평생의 업이 되지 싶다.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안고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인 간 들 의 이 야 기 에 깊 은 관 심 이 있 다 . 김상진기념사업회에서는 선 구 자 편 집 주 간 을 맡 고 있 다 . (atree12fly@daum.net)
Last modified: 2022-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