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6:43 오후 116호(2019.04)

귀농귀촌 이야기1

텃세와 굴러온 돌

신경남 (와포햇살 영농조합 대표, 농화학 87)

사례1 – **마을은 강도행위를 중단하라!

위의 문구는 우리 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과 ‘군정에 바란다’에 공식적으로 올라온 내용이다. 위의 **마을에 사시는 지인에게 물어봤다.

“뭔 일이요?”

“돌아불것네. 우리 동회(洞會) 자산을 1/n로 나눈께, 200만원이시. 동회 가입하려면 200만원 내라고 했네.”

입주금 이야기다. 그 귀농자는 우리 지역 귀농귀촌 카페에서 활동하면서 위와 유사한 글을 몇 차례 읽어 보긴 했다. 귀농인과 원주민의 입장에서 요약해 보면 이렇다.

귀농자: 나는 돈이 없다. 집수리도 틈틈이 손수 한다. 마을 이장이 무턱대고 입주금 200만원 내란다. 지금은 없지만 벌어서 차차 내겠다. 이장은 언제까지 내라고 협박한다. 낸다는 각서도 요구한다. 각서 못 써주겠다고 한 다음부터 누군가가 약을 풀어서 우리집 닭을 죽였다. 지난 가을에는 집 입구 도로에 벼를 말려서 통행을 방해했다. 이젠 못 낸다. 마을 대동회 이후 동네 결정 사항이 가관이다. (이 사람과 이야기라도 하면 벌금 10만원, 집에 들어가면 50만원이라고 결정)

마을주민: 마을 관행이다. 귀농자들의 문제가 심각해서 입주금은 꼭 받아야 한다. 동회(또는 洞契) 가입하려면 자기 몫은 내야 한다. 시골길 도로에 벼 말리는 것은 자네도 알다시피 관행이다(그냥 밟고 지나가면 되는데…….). 지난 연말 대동회(연말 결산 동네 회의)에서 이 문제가 나와서 형편이 어려우니 면제해 주거나 금액을 줄이자는 의견이 나와 동네 회의에 참석을 요구했네. 그런데 연장을 차고 들어와서 자기 부인보고 ‘지금부터 녹음해라’는 등 노인들 앞에서 경우 없이 하기에 회의장에서 내쳤네.

텃세라고 불리는, 명칭만 다르고 성격이 동일한 입주금, 마을 발전기금, 마을 동회 가입비는 시골 동네에 이사 오는 분들에게 닥친 첫 관문이다. 금액의 차이, 지급 방법의 차이가 있으나 거의 모든 시골 마을에 있다.

입주금이 뭘까? 입주금을 이해하려면 洞會(洞契)를 알아야 한다. 동회는 세대주가 아닌 가구주로 구성된다. 동회에는 이장, 개발위원장, 새마을지도자, 부녀회장, 재정위원장, 감사 등의 임원이 있다. 동회는 마을의 신규사업, 도로변 제초작업 등의 울력은 물론, 마을 복달임 비용까지 결정한다. 자산은 마을회 명의의 회관, 창고, 회관부지, 논, 밭, 산, 현금 자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회 자산의 활용을 우리 마을의 사례에서 보자. 지난해 우리 마을 상수도 관로 교체 사업이 있었다. 대문부터 집안 계량기까지는 자부담이란다. 거리에 따라 집마다 차이는 있으나 가구당 평균 46만원이란다. 시골 할머니 등 독거노인들에게는 부담스러운 돈이다. 급히 동회를 소집하여 그중 50%는 마을 동회에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또 초, 중, 말복 복달임 비용 300만원 집행. 연 1회 마을 관광비용 400만원 예산. 그럼 이런 돈은 어디서 나올까? 입주금? 이것 말고도 마을의 수익이 있다.

가장 빈번한 수입은 턱이다. 환갑, 칠순, 팔순 턱이다. 환갑은 50만원, 칠순 이상은 100만원이다. 강제성은 없으나 체면 때문인지 아직까지 안 낸 사람이 없다. 잔치를 하면 안 낸다. 특히 어촌계가 존재하는 마을은 확실한 수입이 정기적으로 존재한다. 참고로 동회에 가입되지 않으면 어촌계에 가입할 수도 없다. 자산으로 보면 어촌계가 압도적이다. 면허지(양식장)가 100ha 이상이면 가입비가 부담스러울 정도다.

우리 마을은 귀농 귀촌의 경우 입주금이 100만원(상당하는 잔치도 가능)인데, 정착한 지 3년 이후에 가능하다. 그전에는 입주금도 없고 울력을 불참해도 벌금도 없다. 우리 마을 출신이 귀향을 해도 입주금이 있다. 마을 자산에 대한 공동 권리자가 되기 때문이다. 만약 동회에 가입하지 않겠다면 입주금이 없다. 대신 마을 울력은 참여해야 한다.

위의 **마을은 원주민들의 충분한 설명과 귀농자의 처지를 현실적으로 이해했다면 쉽게 풀릴 수도 있었는데, 지금까지 미해결 상태인 것은 안타깝다. 장소가 바뀐다고 힐링이 아닐 터, 그에 대한 준비나 이해가 있어야 전원생활도 행복하지 않을까?

참고로 지자체에서 귀농귀촌인들의 마을 잔치에 50만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를 행정에서도 인지하고 친화의 조건을 만들기 위한 시도가 괜찮아 보인다.

사례2 – 제발 측량 좀 자제를

귀농자들의 경우 부동산 중개소나 경매 물건을 통해 주택이나 농지를 취득한다. 물론 해당 지역에서 2,3년 살다가 지인들의 소개로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 주로 소개소다. 그러면 예외 없이 측량을 한다. 그러면 또 예외 없이 문제가 생긴다.

아직도 시골에는 미등기 주택이 많고 농로가 사유지인 경우가 많다. 특히 밭의 농로는 지주들의 상의에 의해 상호 양보를 통해 농로를 개설하고 행정에 포장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개척된다. 이 농로가 주변 땅주인이 바뀌면 문제가 일어난다. 마을 구성원 변동은 관례 때문에 큰 문제가 없으나 외지인으로 바뀌고 측량을 하면 ‘사유지’로 인해 문제가 일어난다. 땅 구입 시 농로도 거래대금에 포함되었으니 이해는 할 만하다.

어느 순간 내 밭이 길도 없는 맹지가 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위의 **마을에서 수십 년간 사용하던 농로가 사라진 경우가 있었다. 중장비를 동원하여 큰 돌로 막아버린 것이다. 그 이후 상황은 뻔하다.

우리 마을 귀농자도 마을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측량이었다. 당시에는 마을 주민들이 꽤 불쾌하게 생각했다. 특히 이 말에. “박 씨 할머니, 집 귀퉁이가 제 땅입니다.”

농지 구입 시 반드시 현지 실사할 것.

구입 후 측량은 필요시에 해 줄 것.

땅의 경계를 알려면 지번, 지적도만 있으면 현지인들이 충분히 설명 가능함.

농로의 경우는 주변 지주들과 상의 후 적절한 보상 후 ‘도로’로 변경하여 행정에 기부 체납하는 경우도 있음. (사유지 해소)

사례3 – 전직 미용사에요

우리 마을 귀촌인 중 하나는 부인이 미용사다. 하루는 마을 사장나무 밑 쉼터가 왁자지껄하다. 동네 할머니, 어르신들이 머리가 달라 보인다. 이동 미용실이 들어섰다. 두부 김치에 막걸리병도 보인다. “신 대표도 앉아요. 앉으면 공짜!” 술기운이 약간 있어 보이지만 즐거워 보인다.

이 분이 자신의 주특기를 이용하여 어울릴 구실을 찾았나 보다. 좋은 방법이다. 노후에 산 과 들, 바다가 어울린 곳에서 산다고 계획을 잡고 퇴직 후 우리 마을을 우연찮게 찾아서 귀촌한 분들이다. 남편은 건설업에 종사했다 한다. 지금도 종종 알바하면서 공사 현장이 철거되면 파렛트, 책상, 의자를 동네에 가져와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눔도 한다. 겨울에 회관에 제일 먼저 나와 보일러 켜고, 동네에서는 이제 ‘홍씨’로 통한다. 오늘 관광 가는 날, 제일 먼저 나와 물건들을 챙기고 있다.

우리 마을의 인구 변화 (36 가구)

 남자여자
5년 전 인구324375
이후 사망358
귀향314
귀농귀촌336
전입1 1
전출1 1
출생235
현재 거주 인구374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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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마을 관광-천사대교

2015년 초복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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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남_ 전남 고흥에서 생들기름, 참기름, 들깨가루를 생산하는 마을기업이자 사회적기업 ‘와포햇살 영농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의 35가구 중 33가구가 참여하며 직원 5명 중 4명이 취약계층 출신으로, 매년 유기농 쌀을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Last modified: 2022-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