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광고는 필요한가
김현수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실 주무관, 환경재료과학 08)
눈을 뜨면 핸드폰을 만진다. 배경화면에는 캐쉬워크라는 앱이 제공하는 광고가 노출된다. 화면을 넘겨 네이버 앱을 실행한다. 기사들 사이에서 광고가 삐죽 고개를 내민다. 볼 기사가 없어 페이스북 앱으로 넘어간다. 친구들의 각종 글과 사진 사이에 온갖 아이디어 상품 광고가 눈길을 끈다. 결국 오늘은 칫솔 자외선 살균기 광고에 꽂혀 하나 구매해 버렸다. 준비를 마치고 출근길 거리를 걷다 보면, 어김없이 온갖 광고를 만날 수 있다. 현대인의 삶에서 눈을 떠서 눈을 감을 때까지 광고에 노출되지 않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광고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지탱하는 큰 축이다. 특히 광고의 패러다임이 유형의 자산 설명에서 무형의 이미지 추구로 넘어오면서, 광고는 더 넓고 깊게 우리 삶에 파고들고 있다. 과장하여 광고가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행동유도성(affordance) 이론이니 인지심리학이니, 흥미이론이니 하는 온갖 이론들이, 인간의 구매 행동을 이끌어내려 광고 속에 녹아있다.
상품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입장에서, 소비자들에게 내 상품이 얼마나 좋은지 소개하려는 의도 자체를 폄훼할 수는 없다. 다만 문제는 그 시장에 뭔가 이상한 놈이 등장했다는데 있다. 2016년 기준 14조원에 육박하는 광고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했다. ‘정부광고’가 그것이다. 2001년 국내 총 광고비의 2.1%였던 정부광고비는 꾸준히 상승하여 2016년 기준 4.5%를 차지하게 되었다. 금액으로 보면, 2001년 1200억 원이었던 정부광고비가 노무현 정부 말기에 2600억 원에 이르더니 2015년에는 5779억 원이 되었다. 15년 동안 대한민국 GDP는 2.2배, 광고시장은 2.1배 증가했는데, 정부광고비는 4.8배가 늘었다.
정부는 무엇 때문에 광고비를 늘려야만 했을까? 크게 두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첫째는 국가 전체의 필요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국민 일반으로 향하는 정보가 다양화되었다. 평소에 별로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자연스레 삶 속에서 각종 정보들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정보화시대의 출현이었다. 이로 인해 개개인의 다양한 요구를 보다 쉽게 표출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는 수면 아래 잠재되어 있던 각종 갈등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덕분에(?) 국가적 아젠다 세팅은 매우 난해해졌다. 과거 국가 주도의 행정 집행이 곧 민의와 동일시되던 시대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국가는 여전히 어떠한 방향을 지향할 수밖에 없다. 그 방향으로 모두 함께 가기를 원한다. 국가 주도의 프로파간다 광고 집행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정교과서 홍보를 영화관에서 보던 우리는, 스마트폰 알림으로도 같은 것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두 번째 이유는 민선 지자체장들이 반복되는 행정 경험을 쌓았다는 것이다. 행정 광고를 활용한 선거전이 만연해졌음은 별 관심 없는 사람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서울시가 있다.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 서울 정책은 각종 명암을 고루 갖고 있지만, 행정광고비를 대폭 늘렸다는 특징도 있다. 서울시에서는 온갖 시 소유 시설물에서 광고를 집행한다. 박원순 시장으로 바뀐 뒤에도 여전하고, 그 규모는 점점 더 늘어간다. 이를 본 다른 광역/기초 지자체장들 또한 행정 광고비를 늘렸다. 단적으로 서울시교육청은 2017년 기준 7억 내외였던 행정 광고비를 2018년에 28억으로 증액하여 집행했다. 올해도 28억의 예산을 집행 중에 있다.
돈 자체는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간 국민이, 시민이 몰라서 활용하지 못하던 각종 행정/국정 정보를 정부광고를 통해 접하게 되고, 유용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좋은 일일 것이다. 다만 문제는 그렇지 못한 광고들이 수두룩하다는 데 있다. “서울시의회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하는 영상광고가 표출 중에 있다. 그래서 시민들은 어떤 행정서비스를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여러분의 곁에 광명시가 있습니다”라고 해서 시민들의 어떤 편의가 증대되는가? 선출직의 치적을 은연중에 드러내려는 이러한 광고는 과연 시민들에게 필요한 광고인가 자문해야 한다.
그래도 그렇게 노출되어 시민에게 닿을 수 있는 행정 광고는 양반이다. 각종 언론에 집행되는 정부광고비는 시민들에게 어떤 효용을 주는가? 이름도 생소하여 들어본 적도 없는 언론에 200~500만원 내외의 정부광고비가 집행된다. 그 돈이면, 뉴미디어 매체 광고로 최소 250만 명의 시민에게 노출시켜 2500클릭을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저 매체들은 과연 10여명에게나 도달할까 의문이다. 오히려 정부광고비가 각종 좀비언론의 난립을 유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아야 한다.
정부광고비는 과연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적정 광고비는 얼마일까? 광고 집행 담당자로 일하며 지난 한 달간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하게 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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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_ 농대 학회 ‘농학’에서 활동했으며 농대 부회장을 역임했다. 학부 졸업 후 교육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 과정을 마쳤다. 교육협동조합 아카데미쿱을 설립하여 활동하다가 현재는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실에서 광고홍보업무를 맡고 있다. (edukhs1@gmail.com)
Last modified: 2022-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