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5:31 오후 117호(2019.07)

귀농귀촌 이야기2 – 집짓기

전망 좋은 집, 외딴집, 경매 받은 집

신경남 (와포햇살 영농조합 대표, 농화학 87)

*** 지난 호에 실린 발전기금 2백만 원의 문제가 있었던 마을은 면민들의 조언과 행정 등의 조율로 귀촌인에 대한 발전기금 부과가 면제되었고, 해당 귀촌인도 동네 대소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합니다. (필자 말)

귀농귀촌 과정에서 가장 고민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 집 문제입니다. 집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중도 포기하는 분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마땅한 자리가 없을 때도 있고, 마음에 드는 자리는 토지를 구매할 수 없을 때도 있으니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1차 귀농(귀촌이 아니었습니다) 붐이 일어난 것은 IMF 시기였습니다. 이때는 급하게 귀농한 경우가 많아 집도 빨리 짓다보니 허술했습니다. (사진 참조)

1998년 귀농 시 신축, 2년 살다가 다시 탈농한 집. 지금은 폐가

지금의 귀농은 최소 3년간의 준비와 답사, 토지 확보 등 다양한 정보 수집과 함께 치밀하게 준비됩니다. 집에 대한 이해도, 건축에 대한 준비도 잘 되어있습니다. 기초 보강, 단열, 배수, 설계의 세련됨 등에서 원주민의 집보다 더 훌륭합니다.

외딴집

시골 동네의 단점:

1. 시골 촌락이 좀 답답하긴 합니다. 차량 통행이 어려울 만큼 집들이 붙어있거나 배수로가 아랫집으로 바로 연결되거나, 차량 통행과 주차 공간이 부족한 골목과 집마당이 많습니다.

2. 이웃집 참견이 참 심합니다. 현관문 노크도 없이 들어옵니다. 전날 숙취 핑계로 늦잠도 못잡니다. 당장 “해가 중천인데 뭐하고 있는가?” “여름 농사일 반은 새벽일이여!” 이런 핀잔이 들어오거나 동네에 소문이 납니다.

3. 삼겹살 구워서 우리집만 못 먹습니다. 또는 “아들이 왔는데 통닭을 튀겨왔어, 먹어봐!” 몸도 피곤한 데 “문어 삶았구만, 한 잔 하게 내려와!”

그래서 귀농인들은 생활의 독립성을 추구하며 외딴집을 짓습니다. 아주 많이 그렇습니다.

조용하며(마을 안도 조용하기는 하지만), 주변 간섭 없이 전원생활을 만끽, 주말이면 지인들 초대하여 새벽까지 북 치고 장구 쳐도 부담이 없습니다.

남향에 산이 있는 귀촌인들의 신축 건물

차범근 감독이 올해 매입한 귀농인이 지었던 집. 북북동향

그러나 몇 가지 단점도 있습니다.

1. 상수도는 광역 상수도와 마을 공동상수도가 있습니다. 마을 공동상수도(지하 100m 이하 지하수)는 매분기 군청에서 수질검사 실시, 불합격 시 자동 염소 주입기 설치 등의 지원을 하지만 독립가옥은 독자적으로 상수도를 개발하여야 합니다. 또 마을별 오수종합처리장 신설시 배제되기 쉽습니다. 거리상 비용 증가요인 때문입니다.

2. 5가구 이상과 이하의 밀집 주거지역 거리제한 규정이 다릅니다. 특히 1가구 독립가옥은 축사 거리 제한의 혜택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3. 특히 돈사의 경우 지역주민과 공동 대응이 어렵습니다. (참조 <고흥군의 가축사육 제한구역 도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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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7일간 안 녹을 수도 있습니다. 고흥엔 눈이 거의 오지 않지만, 운 좋게 오면 오전 10시 이내에 즐거운 인증샷을 찍어야 합니다. 그런데 눈이 녹지 않는 집들이 있습니다.

북동향, 겨울철 일조 시간이 3~5시간 부족

전망 좋은 집

우리 지역은 천혜의 자연 경관이 장점입니다. 귀촌인들에게 최고의 메리트입니다. 전국 최고의 일조량, 공업화 시설의 최낙후 지역, 전국 경지 면적 3위의 농업지역, 4면이 바다인 육지이기 때문입니다. 해서 전망이 좋은, 구릉 지역의 정상부에 집을 지으면 환상입니다.

우리 마을에 귀촌한 이태 형님의 집을 소개합니다. 4년에 걸쳐 손수 완성한 별장형 집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별 위력 없는 태풍에 겁을 먹고, 집을 보강하는 데 1년여의 시간을 더 투자했습니다.

나무가 산처럼 보이나 구릉의 정상부입니다. 서남향

이태 형님 집에서 본 득량만의 정오와 해질녘입니다. 왼쪽 섬이 삼시세끼를 촬영한 득량도

다음은 차범근 감독 집의 위쪽에 신축한 귀촌인의 집과, 그 집에서 바라본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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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로 낙찰 받은 집

가장 쉽게 집을 구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2년 이상 생활한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집의 구조, 생활여건, 풍수적 견해 등으로 만족도가 가장 낮습니다. 이런 집은 비추천합니다.

두원면의 마을 형성 사례

1. 100가구 이상의 마을이 바다를 등지고 형성되었습니다. 마을이 좀 답답합니다. 산이 방패처럼 가로막고 있습니다. (사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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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렇게 마을이 만들어진 이유 – 최적의 일조량을 확보하고, 겨울철 북서풍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또 논과 인접한 지역이면서 식수 공급과 오물 배출이 용이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3. 태풍의 최소 피해 지역임. – 태풍이 서해든, 동해든 한반도로 진입하면 고흥은 항상 영향권 안에 듭니다. 초대형 태풍은 항상 고흥으로 상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고흥에서는 구릉에 집을 짓지 않습니다. 물론 예전의 돌, 나무, 흙, 볏짚의 시대에서 콘크리트, 철골, 강판의 시대로 전환되어 보강은 되었겠지만, 고흥으로 상륙했던 2002~2003년의 루사, 매미 등 태풍을 기억하는 현지민들은 우선적으로 바람을 고려하여 집을 짓습니다. 2003년 이후 고흥군은 시설하우스 피해복구비 지원 규정에 하우스 골조 규격을 추가하고, 설치간격이 미달할 경우 지원하지 않는 조례까지 만들었습니다.

4. 마지막으로 전망 좋은 집에 대한 불안요소가 많기 때문입니다. ‘100% 걱정된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의견입니다.

제안

1. 귀농귀촌의 절차에서 집 구하기는 충분한 시간과 조사를 통해 중간에 하기.

2. 농지를 먼저 구입하고 마을 주민과 친밀도 형성 후 집 정보를 얻기.

3. 집짓기 전에 주변 지역 개발행위 허가 내역 조회하기. 집이 준공된 후 축사나 대형 태양광 발전 단지가 들어오는 경우가 있음. 이 경우 개발행위가 앞서면 막을 수 없음.

4. 고흥에 귀농‧귀촌하는 경우 2012년 볼라벤 이후 태풍 피해가 없어 태풍에 대한 고려 요소가 낮음. 지역의 자연 재해에 대해 해박할 것. 지역의 역대 피해 내역 조회하기.

가능한 마을에 근접하여 집짓기.

5. 토지, 주택 구입 시 현지 방문. 등기, 지적도, 토지대장 확인하기.

6. 상하수도관 연결 용이성을 고려해 외딴집은 주 통행 도로 위쪽에 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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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남 _ 전남 고흥에서 생들기름, 참기름, 들깨가루를 생산하는 마을기업이자 사회적기업 ‘와포햇살영농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의 36가구 중 33가구가 참여하며 직원 6명 중 4명이 취약계층 출신으로, 매년 유기농 쌀과 두부 등을 기부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snam35@hanmail.net)

Last modified: 2022-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