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9:54 오후 118호(2019.10)

귀농귀촌 이야기 3 – 먹고 살기
뭘 해서 먹고 살 것인가

신경남 (와포햇살 영농조합 대표, 농화학 87)

지금 농촌은 굳이 농사가 아니더라도 먹고살 길은 많다. 행정기관의 채용공고도 많고, 도시의 재기를 활용할 일자리도 무수히 많다. 그러나 농촌으로 오신 분들의 대다수는 의무감처럼 농사를 짓고 싶어 한다. 텃밭 차원의 농사라면 가벼운 마음이 들겠으나 소득을 기대할 만한 농사를 짓는다면 복잡해진다.

말년까지 적게 소비하면서 보낼만한 재력을 가지고 귀촌한다면 모를까, 생계의 연장선상에서 귀농은 선택지가 간단치 않다. 우선 작물 선택부터 문제다. 제일 안전한 농사는 쌀농사인데 원주민들 틈에 비집고 들어갈 곳이 없다. 공고하다. 논 확보부터 어렵다. 수요는 많으나 공급이 없다. 있더라도 천수답, 산골짜기 논들이다. 귀농인들 중 쌀농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례를 찾기 어려운 이유다.

강** 초등학교 선생님이 짓고 있는 천수답. 올해는 비가 많아 수월했으나 지난해는 가뭄으로 가장 늦게 모내기한 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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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귀농인이 선호한 농사가 양봉업이다. 접근성이 좋다.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도 있고, 자금 회전 속도도 빠르다. 10통 이하의 생활 양봉을 하는 분들도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전문 양봉의 경우 3km의 싸움이 생긴다. 꿀벌의 활동 반경이 3km란다. 이 때문에 양봉농 간의 자리다툼이 생긴다.

고흥은 겨울철에 북쪽의 양봉농들이 겨울을 나기위해 찾아온다. 겨울철이면 자리다툼 모습이 도로가에서도 간간이 목격되곤 한다. 전문 양봉을 위해서는 이동 양봉(아카시 꽃을 기준으로 개화기에 맞춰 위쪽으로 이동)도 각오해야 한다. 옆 동네 선배는 5월부터 8월까지 고흥-안동-대구-충주-화천-고성까지 이동한다. 겨울이면 자리 확보를 위해 사전 답사도 필수.

귀농 10년차인 오**님. 지금은 고흥 양봉협회 회장님. 꿀벌 300통 보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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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밭농사. 접근성도 좋고, 임대도 수월하고, 싼 값에 밭을 매입할 수도 있다. 작물선택도 다양하다. 밭작물의 가격변동이 심한 게 흠이다. 동계 작물이 소득 작물인데, 반복적인 마늘, 양파, 배추 파동에다 밀, 보리는 수확 시 기계삯을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그러나 밭작물 중에 평타 이상을 치는 작물이 있다. 고추농사. 근 10여 년간 가격 파동 없이 안정적이다. 진도로 귀농한 박**님은 본인 노동력으로 2,500근의 건고추를 수확했다 한다.

그리고 과수. 전국 어디서나 재배되는 작물은 피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대표적인 작물이 매실, 베리류 등이다. 또한 진입 장벽을 고려해야 한다. 석류는 3년이면 수확한다. 하지만 소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유자는 접목에서 수확까지 근 7~10년이 걸리지만 소득은 기대이상.

해당 지역의 고유한 토착 작물을 중심으로 고민해야 할 듯! 고흥의 경우 남부해양성 기후에 적합한 수종인 유자, 비파가 있고 최근에는 올리브도 재배하고 있다. (국승용 친구의 제안으로 심은 지 8년 된 올리브나무가 있다. 2017년의 한파에도 살아남았다.)

국승용 친구의 제안으로 심은 지 8년 된 올리브나무. 2017년의 한파에도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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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이**, 김** 부부 – 50대 후반

출생지 – 광주

전 거주지 – 독일

귀농 – 12년차

작물 – 쌀농사 2,000평(산 중턱에 있는 논), 텃밭

소득원 – 장류 가공. 가내 수공업으로 된장, 고추장, 청국장, 간장 판매(매년 4톤의 콩 가공). 온라인 및 도시 장터 판매(여성잡지, 방송에도 노출됨).

기타 소득 – 장류 체험. 연 300명.

월 평균 순소득 – 300만원. 대학생2, 중1의 자녀 학비로 인해 어려움 호소.

귀농 후 처음 구입한 부부의 집. 아이들 4명과 6년 거주. 늘려 낸 처마에서 메주 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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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옛 집을 헐고 바로 그 터에 6년 전 새 집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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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2

채** – 50대 후반, 여

귀농 – 12년차, 남편은 2019년 합류

귀농 이유 – “오로지 농사짓고 싶었어요.”

농지 – 논, 밭이 포한된 비탈진 야산 4만평 매입

작물 – 고추, 깨, 콩, 체리, 매실 등. 너무 힘들어 소득 작물로 재배 포기.

현재 – 4년 전부터 산양 사육. 사료 없이 풀로만 45마리 사육.

소득 – 착유 산양 15두, 1일 20~30리터 (매일 완판 됨. 총 착유량은 젖소 1마리의 착유량)

착유량의 계절 진폭이 크다 함. 겨울에는 10리터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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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체험 시작 – 약 3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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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3

김**, 신** – 70대 초

귀촌 – 8년차

전 거주지 – 서울

귀촌 이유 – 사람이 없는 곳에서 편하게 살기위해

농지 – 군유지 150평 임대하여 고추, 고구마, 생활 채소 재배

생활 패턴 – 아침운동, 오전 농사(또는 바다에서 채취 작업), 오후 목욕탕 2시간

월 평균 소비 – 100만원

월 평균 소득 – 60만원(여-20만원, 남-40만원 이상:건축 노동자 출신)

8년 전 친인척의 도움으로 직접 신축한 20여 평의 집. 사람 통행이 없는 외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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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생산한 400kg의 고구마. 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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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4

박**, 전** – 40대 중반

전 직업 – 조립식 건축업(남), 직장인(여)

전업(轉業) – 9년차

영농 현황 – 시설하우스 1,300평/블루베리 2천주

순소득 – 5천만 원 (생과 판매 80%, 체험 20%)

농촌진흥청 교육농장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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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 연인원 1,5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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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소형농기계 지원사업의 우선지원 1순위 변천사

농지규모가 큰 농가 → 고령농가 → 여성농가 → 다문화가정 → 귀농귀촌 농가

신경남 _ 전남 고흥에서 생들기름, 참기름, 들깨가루를 생산하는 마을기업이자 사회적기업 ‘와포햇살영농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의 36가구 중 33가구가 참여하며 직원 6명 중 4명이 취약계층 출신으로, 매년 유기농 쌀과 두부 등을 기부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snam35@hanmail.net)

Last modified: 2022-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