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실 주무관, 환경재료과학 08)
2018년 6월 12일, 법 하나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약칭: 정부광고법)’이다. 2018년 12월 13일부터 시행된 이 법률을 통해 정부광고는 법적 근거를 갖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국무총리 훈령에 의거하여, 법적 근거가 희박한 상태에서 광고를 집행하고 있던 공공부문이 드디어 법적 근거를 가지게 된 것이다.
법은 여러 가지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번 글에서는 광고위탁에 관한 부분을 살펴보겠다. 이는 여러 조항과 시행령에 걸쳐 있다. 그 중 ‘제10조(정부광고 업무의 위탁)’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이나 단체에 위탁하게 되고, 수탁기관은 수수료를 징수한다. 시행령 ‘제6조(업무의 위탁)’에는 그 기관을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 명시하고 있다. ‘제7조(수수료의 징수)’에는 10%의 수수료율도 명시되어 있다.
덕분에 7천억에 육박하는 정부광고비의 10%를 한국언론재단이 수수료로 수취하게 된다. 물론 법 제정 이전에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정부광고 업무를 대행하고 있었고, 수수료 역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징수되고 있었지만, 법 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갖춘 강제조항이 된 것이다.
수수료는 당연히 광고업무 수행을 위한 비용이나 재단 운영에 사용되어야 하겠지만, 법은 그렇지 않다. 시행령 ‘제8조(언론진흥을 위한 수수료 사용)’에 의하면 수수료는 언론진흥에 활용된다. 정부광고에서 이미 많은 부분이 언론사의 인쇄광고와 방송광고로 지출되고 있는데, 수수료로 언론진흥기금을 따로 또 마련하여 이중으로 언론에 ‘지원’한다. 국가가 언론에 쏟는 지대한 관심이 엿보인다.
오히려 본업에 해당되는 내용은 하단에 그 밖의 용처로 후술된다. ‘제9조(그 밖의 수수료 사용)’에 의하면 수탁기관은 남은 수수료를 광고품질, 공익광고, 광고 종사자 교육, 인건비 및 운영비 등에 사용된다고 명시하여, 본업을 ‘그 밖의 업무’로 도치시켜 놓았다. 왜 법을 이렇게 만들었을지 짐작되는 바 있으나, 어디까지나 짐작일 뿐이다.
민주주의 권력기관의 대의 주체에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3부가 있으나, 언론도 이에 한 축을 담당한다고들 한다. 그러한 언론에 주어지는 다양한 사회적 지원에 여러 명분을 붙일 수는 있다. 허나 조국 정국으로 일컬어지는 현 시국에 언론이 보여준 역할을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오히려 시민들의 자발적 마이크로 미디어들이 사회 곳곳에서 더 분주하게 제대로 일을 수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광고 수수료를 수백억씩 수취하여 언론진흥기금을 운영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역할은 어디에 있는 걸까.
그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9월 30일에 정부광고 통합지원시스템을 본격 오픈했다. 2018년에 법제화된 정부광고법 때문에 뒤늦게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매년 수백억의 예산을 수취하는 기관이 본업을 위해 만든 것 치고는 오픈도 늦었고, 기능도 아직 미비하다. 다행히 이 시스템 자체는 잘 돌아간다. 정부 공공 시스템치고 특이하게 크롬에서도 무리 없이 돌아가고. 기존에 유선이나 메일로 주고받던 수많은 업무들을 시스템 상으로 성문화하고 DB를 구축하여 업무체계 개선과 효율화에 큰 기여를 할 것 같다.
다만 정부 3.0 시대임에도 여전히 파편화된 정부의 업무관리 시스템 때문인지 기존 시스템과의 어떤 연관성도 찾을 수 없는 별개의 시스템이 또 하나 만들어졌다. 개별 지자체, 공공기관, 공기업별로 서로 다른 시스템을 사용 중이기에, 그들에게 일일이 대응할 통합 시스템을 만들기 어려웠음은 짐작 가능하다.
허나 전자정부 시행이 몇 년 차인데 아직도 이렇게 연계성 떨어지는 시스템을 별도로 구축해서 시행해야 하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기존에는 내부 결재를 받아서 공문으로 시행하면 끝이었는데, 이제는 내부 결재는 결재대로 받고, 시스템 등록은 또 따로 해야 한다. 재단에서 하던 업무를 우리가 이관 받아 떠맡게 된 느낌마저 든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계속 정부광고를 대행하며 수수료를 수취해야 하는가. 정부광고법은 지금처럼 언론진흥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오늘 마침 진행하던 한 광고가 끝나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수천만 원의 수수료를 납부하면서 다시 고민하게 된다.
김현수_ 농대 학회 ‘농학’에서 활동했으며 농대 부회장을 역임했다. 학부 졸업 후 교육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 과정을 마쳤다. 교육협동조합 아카데미쿱을 설립하여 활동하다가 현재는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실에서 광고홍보업무를 맡고 있다. (edukhs1@gmail.com)
Last modified: 2022-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