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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
김 상 진
김 정 환
겨울의 대지 살점묻은 바람 계엄령의 조국
4월도 노란 개나리 5월도 빨간 철쭉꽃 겁없이 피고 지고
부릅뜬 눈 덮쳐온 고향 풀밭 아아 어머니 흩어지는 하늘에
갈아라 그대 서슬푸른 칼을 갈아라
푸른 하늘에 갈아라 척박한 황토에 갈아라
그대가 가르고 또 가른 한낱 육신의 뱃때기는
하얀 광목폭 깃발 찢어져 휘날림
핏빛 푸르디 푸른 하늘과 산과 바다
주린 목숨에 갈아라 떨리는 두려움에 갈아라
우리네 겨울날 헐벗고 구차한 목숨에 갈아라
벌거벗은 함성 맨땅이 갈라지고 산과 강과
분노의 바다가 치솟아 하늘을 궤뚫는 죽음
추모시 207
| 추모시 |
갈아라 그대 서슬푸른 칼을 갈아라
분단된 나라에 갈아라 피범벅 알몸에 갈아라
난자당한 사랑
난자당한 생애
그대는 하얀 광목폭 깃발 찢어져 휘날림
흩날려, 그대의 피는 우리 모두의 피를 부르고
피에 젖은 우리들의 생계와 평화
자유와, 평등과, 통일과, 해방과,
민주대한 금수강산 진달래 피철쭉 만발할 때까지
내뱉은 창자에 갈아라 쏟아져 오는 죽음에 갈아라
피비린 노동이여 가난의 공동체여 두 주먹 불끈 쥔
인산인해여
그대가 백일하에 가른 한낱 육신의 뱃때기는
하얀 광목폭 깃발 찢어져 휘날림
아아 핏빛 푸르디 푸른 하늘과 산과 바다
* 출처: 4인 열사 추모집 『산자여 따르라』 (서울대 민주열사 추모사업회, 거름, 1984) 중
<김상진> 편에 수록, 1981년 작품으로 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