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조시
4월 진혼가(四月 鎭魂歌)
故 김상진兄 吊詩
김정환
벌거벗은 함성이 들려오리라
억눌림 속에서 오색 환희와 해탈의 눈물이 흐르고
일어나는 소리, 아, 아, 맨땅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오리라.
너는 순진한 피 한 방울로 오려마
서러운 이야기들 뒤에다 두고
그때에 너는 알몸으로 오려마
겨울 얼음 속에선
망설임만으로 살아오더니
사지를 찢는 부끄러움과
선 채로 발길질당하는 갈대의 설움만으로 살아오리니
벌거벗은 함성이 이제 들려오리라
4월, 오, 노란 개나리 겁없이 피던 날
친구여! 네가 버린 것은 생명이 아니다
굶주림에 떨며 연명해 가던 끈질긴 목숨이 아니다
어린 회상의 하늘에 서슬푸른 칼을 갈며
비가 내리면, 흐느낌처럼 비가 내리면
친구여! 내가 우는 것은 이제
텅 비인 설움이 아니다
할배 계신 무덤가엔 달이 뜨지만
네가 돌아간 사막엔 종일 태양이 끓어오르리라
끓는 한처럼 끓으리라
타는 정열처럼 타리라
짚신 신고 먼길 떠나는 새벽의 흐느낌도
밤마다 다가와 울고가는 꿈의 실망도
아아 어릴적 뛰어놀던 벌거숭이 황혼의 허무한 추억도
우리를 억눌림 속에 살게 하지는 못하리라
너의 죽음은 승리였기에
너의 죽음은 승리였기에
흐르는 피는 강이 되리라
이제 꽃의 바다를 이루리라
우리는 이제
만남으로 만날 때가 아니다
외침으로 외칠 때가 아니다
헐벗은 신음소리만으로도 외쳐볼 때가 아니랴
친구여! 이제 벌거벗은 함성이 들려오리라
너는 우리의 순진한 피 한방울로 오라
억눌림 속에서 환희와 해탈의 눈물이 흐르고
아아, 맨땅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오리라
친구여! 너는 그때에
알몸으로 오라
1975년 5월 22일
고 김상진 열사 장례 추진위원회